새로운 일상. rambling.


새로운 생활 방식들이 일상으로 스며든지 며칠이 지났다.

1월 베이징 오피스를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각국에서 재택근무가 의무가 되었고, 각종 출장과 프로젝트는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혹시 모르니 매일 회사 랩탑을 챙겨 퇴근하라고 한 권고가 있던 날은 날씨가 무척 좋았고, 만발해가는 꽃들이 예뻐서 퇴근길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때는 한동안 회사로 돌아갈 일이 없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지.

세계 어느곳의 뉴스를 접해도, 당장 문 밖만 나서도,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간단히 빵과 감자 등을 사러 개점시간에 맞춰서 간 마트는 선반이 텅 비어있었고, (내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은 상당히 예민하고 방어적이었다. 그래도 연령층이 젊고, 소위 "포용력있고" "열려있다는" 이곳에서 쉬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과한 비교이겠지만, 순간 레닌그라드 봉쇄와 소설 Blindness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또 동구권 친구들의 부모님 세대가 겪었다는 이야기들이 상기되었다. 사려고 했던 물건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 딜리버리 서비스를 알아보았다.

모든 형식의 '미팅'은 가상으로 이루어진다. 이비인후과 의사인 S는 병원에서 쓸 마스크가 없다고 했고 (선진국 중의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이곳의 수도권 병원에 의사들이 사용할 마스크가 없다니.) 학부모인 의료진들은 홈스쿨링과 일을 병행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번 주말으로 계획되었던 Y의 bridal shower 및 다가오는 결혼식 역시 미루어졌다. 이메일, WebEx, Zoom, 회사 전용 채팅 프로그램 외에도 부서 전용 Whatsapp 그룹 등, 체크해야 할 가상 플랫폼들이 많이 늘어났다. 모두 강아지 사진 등을 보내오고 (난 아쉽게도 보낼 강아지/고양이 사진들이 없다) 일상적 팁을 공유하거나 가벼운 농담을 하면서 서로를 북돋아 주지만, 기약없는 이 사태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또 우리 모두 나름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근무 방식 등에 있어 대안이 없는 이들의 상황에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이러한 사태가 있기 전, 엄마가 커텐을 그려 선물해주셨다. 하나는 로마, 하나는 피렌체. 
예쁜 커텐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이 또한 '언젠가는' 지나갈 걸 알지만, 또 인류는 어떻게든 resilience를 보여주겠지만...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지금의 일상이 우리 개개인에게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다.

그 날의 꽃나무.


엄마의 커텐.

+ 그 와중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역시 조카 T. (재택근무를 하니 더 자주 페이스타임을 할 수 있다.) 예쁘고 귀엽게 커가는 T. 춤을 어찌나 잘 추는지. 도대체 그 흥 많은 유전자는 어디서 온 건지 모두 의아해 하고 있다.      

덧글

  • 2020/03/23 12:0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03/25 04: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