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ków, Częstochowa 등. 순간을 믿어요.


A와 J가 다시 바르샤바로 떠나기 전, 크라쿠프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모두 폴란드의 경주와 같은 크라쿠프에는 많이 와 보아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오스카 쉰들러 공장에 들렀다. 그런데 이른 시간에도 방문객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하고, 게토와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비스와 강과 바벨성.
맛있는 젤라또를 먹으며 비스와 강을 건넜다.
여전히 무거운 공기가 느껴지는 게토에서 서점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꼭 드는 책/노트를 발견했다. 크라쿠프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곰브로비치, 쉼보르스카, 자가옙스키, 밀로시, 콘래드, 바이다 등의 폴란드 태생의 작가 및 영화감독들이 크라쿠프/도시/실향 등에 대해 쓴 글들이 실린 멋진 노트. 여기에 나도 내가 사랑하는 도시들에 대해 하나씩 글을 더해야겠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쉼보르스카가 다녔던 성당 등을 구경하고 나니 A와 J가 크라쿠프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몰려오는 먹구름들. 고마운 친구들 A와 J를 역에서 배웅하고, M과 나도 발트해 여행을 위해 길을 나섰다. M의 부모님 댁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새벽 일찍 이동하는 일정. 
가는 길에 폴란드의 유명한 성지인 쳉스토호바에 들리기로 했다. 복잡한 역사를 가진 폴란드에게 가톨릭이란 종교는 어려운 시절 국민들의 단결력의 중심이었고, 젊은 세대에는 그 영향력이 비록 많이 사그러 들었지만, 쳉스토호바는 여전히 폴란드 곳곳에서 (걸어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순례자들로 무척 붐비었다. 나는 지금은 바레인에 살고 있는, 쳉스토호바 출신인 또다른 M1에게 사진을 찍어 '지금 네 고향에 와 있어,'라고 소식을 전했다. M1은 작은 자신의 고향을 찾은 나에게 놀라움을 전하며, 자신이 이곳에 없음을 아쉬워했다. (M1과는 이번에 스케쥴이 다 오묘하게 빗겨나가서 그 아쉬움이 더 컸다.) 
소위 성모 발현의 기적지인 프랑스의 루르드, 포르투갈의 파티마 등 외에도 수많은 가톨릭 성지들을 가보았지만, 쳉스토호바는 그 느낌이 또 달랐다. 이곳에 성지의 의미를 더하는 폴란드의 국가 상징물인 '검은 성화상' 때문이었는데, 그 의미가 폴란드인에게 각별해서인지, 비폴란드인인 나는 그 유래와 의미에 조금 의문이 들었다. 예를 들어 이 검은 성화상은 후스파에게서 이곳을 지켜주었다고 하는데, 큰 맥락으로 보면 후스파나 가톨릭이나 같은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가. 같은 신을 믿는 그들이 분쟁을 일으켰을 때, 그 신이 특정한 그룹을 선호하고 보호했다고 생각하기에는, 내가 믿고 싶은 신의 모습과 상충된다. (심지어 십자군 전쟁의 기독교도들도, 회교도들도 궁극적으로 그들의 믿는 '유일신'은 같은 존재였을테고...)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인간과, 그들이 만들어 낸 종교와 믿음과 별개로, 오랜만에 드리는 미사는 참 좋았다. 폴란드어로 진행되어도 느껴지는 따뜻함과 경건함. 모든 종교가 포교하고 실천하는 것들이 이런 분위기와 늘 일치한다면, 성당 입구에 쭉 나열된 세계 각국의 국기들과 그 다양한 민족들을 모두 사랑으로 감쌀 수 있을텐데.
미사를 드리고 조카 T에게 줄 묵주를 하나 사서 축성을 받았다. (여전히 인간이 만든 종교에 의문점이 많지만, 나는 T의 godmother이니까.)

수많은 순례자들을 반기는 이곳은 여러 개의 성당 외에도 전체적인 크기가 꽤 컸는데, 이곳저곳 폴란드인들의 자랑이자 긍지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흔적이 보였다. (그런데 때때로 그를 추앙하는 것의 정도가 지나쳐, 어느샌가 그 역시 일종의 신격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M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M의 부모님댁으로 가는 길. 길었던 여름날, 해가 어둑어둑해지는 풍경과 마음에 들었던 가로수들. 
7년 만에 뵙는 M의 부모님은 여전히 따뜻하고 상냥하게 반겨주셨다.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정겹고 정성스러운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7년 동안 집 앞의 가든은 더 풍성해졌고, 집안 곳곳은 더 애정 어린 손길로 가득찼다. 

다음 날 아침,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며 직접 만드신 잼, 초콜릿 등 정성어린 선물과 카드를 내게 안겨 주셨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분들. 다음에 또 언제 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보답해야 할, 보답하고 싶은 분들이 참 많다. 

(+M이 보내온 가을길.)


덧글

  • 좀좀이 2019/11/12 22:13 # 삭제 답글

    사진 보면 하늘에 구름이 진하게 끼어있네요. 무거운 공기가 여기 저기 뭉쳐 있는 거 같아요. 종파 갈라서 싸우는 인간들 보면 신은 너네들 전부 평등하게 지옥가라 하지 않을까요?
  • iris 2019/11/25 02:27 #

    그쵸. 정말 무엇/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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