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a Huta. 순간을 믿어요.


베를린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크라쿠프에 도착했다. 크라쿠프에 온 것은 네 번째이지만, 비행기를 타고 온 적은 처음이다. 입국장 문을 나서니 반가운 M의 얼굴이 보였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데, M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친구들이 늘 고맙게 서프라이즈로 공항에 마중을 나와줬는데, M을 제외하고는 늘 어제 본 양, 담담하게(?) 인사해서 M의 눈물에 조금 놀랐다. 여전히 너무 순수하고 착한 M.) M은 내가 머무는 엿새 동안 휴가를 냈다고 눈물을 훔치며 웃었다.

M의 차를 타고 새로 이사갔다는 집에 들러 짐을 두었다. 건축가인 M이 직접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다는 집은 여기저기 센스가 돋보였다. 특히 천장에 2층 침대를 달아두고, 아래는 다양한 식물들과 턴테이블을 갖춘 독서 공간을 마련한 것, 그리고 자성이 있는 페인트를 사용하여, 부엌의 한 면을 magnetic board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인상깊었다.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가보고 싶었던 Nowa Huta로 향했다. Andrzej Wajda의 Man of Marble의 배경이기도 한 노바 후타는 공산주의 시절, 구소련의 원조를 받아 제철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해 생긴 계획 도시인데, 일종의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윗 사진은 인터넷 검색. ©Piotr Tomaszewski)

도시에 대한 첫인상은 Stalinist architecture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불편한 무게감과 압도적인 느낌이었다. 색채를 지우고, 개개인을 작게 만들고, 공동체의 한 부분(혹은 부품)으로 종속시켜버리는 거대한 건물들. 사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먼저 들지만, 이와 별개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보여주는 효과(-대칭/균형미 외에는 개인적으로 이것에서 일반적 기준의 외형적 '아름다움'을 논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는 역사적으로도 흥미로운 요소여서, 일부러 찾아가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편 무거운 건물들과 달리, 의외로(?) -아니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이상'에 걸맞게?-) 노동자들의 주거 공간은 나름 실용적으로 이웃들과 조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어 조금 놀랐다.

시간이 멈춘 듯한 동네를 거닐고, 그 시절 그대로 남아있는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전시회에도 들리고, 단지마다 갖추어진 냉전시절 전쟁을 대비한 지하 대피소도 거닐었다 (정말 무서웠다). M은 부모님 세대가 겪은 생생한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평화로운 호수 공원에서 사람들이 밝게 웃으며 산책하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되어, 어두운 시절의 거대하고도 미완성인 유산을 안고 Nowa Huta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궁금해졌다.


덧글

  • 좀좀이 2019/10/15 16:31 # 삭제 답글

    첫 번째 사진 보면 무슨 성 같아요. Nowa Huta는 공산주의시절 세워진 계획도시군요. 그런데 구소련권에서 많이 봤던 아파트 느낌과는 좀 달라보여요. 여기는 삭막함이 덜 해 보여요 ㅎㅎ
  • iris 2019/10/21 01:00 #

    계획 도시답게 질서정연한 모습이었어요. 미완성인 도시를 보니, (어디까지나 이상에 불과하겠지만) 그들이 상상했던 유토피아가 실제로 구현되었더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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