Łódź. 순간을 믿어요.

7년 만에 찾은 Łódź. 7년 전 겨울에는 잠시 들러 머리를 자르고, Manufaktura에서 핫초코를 마시고 바르샤바로 향했었다.

햇빛이 짱한 여름날, M1을 보러 M2와 Łódź 향했다. M1을 마지막으로 본 건 4년 전? 베를린에서였던 것 같다. 유럽에 갈 때, 기회가 닿는대로 나를 만나러 와주는 고마운 친구들. 내가 Łódź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바르샤바에서 D도 기차를 타고 와서, 이렇게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재회했다. 언제봐도 반가운 얼굴들. (이렇게 한 도시로 여러 친구들이 모이게 되면, 서로 몰랐던 내 친구들끼리도 인연을 맺게 된다. 스스럼없이 다같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모두 건축가여서, Łódź 투어는 M1이 좋아하는 건물들과 새로 생긴 철도역 방문으로 시작했다. 건물이 지어지게 된 배경을 들으며, 하나하나 더 눈길을 주고, appreciate 하게 되는 마음.

마음에 들었던 벤치. 벤치를 볼 때마다, 나중에 어느 곳에 어떤 형태의 벤치를 기증할까 미리 고민한다. (내 버킷 리스트.)

아름다운 Piotrkowska 거리를 걸으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Łódź나 거리의 역사에 대한 얘기도, 실없는 농담도, 진지한 고민들도... M1의 출근길 단골이라는 도넛 가게에 들러, 맛있는 도넛을 우물거리면서 이곳에서의 M1의 일상을 상상 해 보았다. 활기차고 매력있는 도시 분위기가 M1과 잘 어울렸다.


다시 찾은 반가운 Manufaktura. 7년 전 겨울, 다소 쓸쓸했던 모습과는 달리, 야외 모래사장과 더불어 무척 활기차고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Cafe/Bar의 재미난 인테리어.

그리고 Rose Passage. 모든 건물의 벽이 장미 모양의 거울조각 모자이크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픈 딸 Rose를 위해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망막을 다친 그녀가 지각할 수 있는 세상의 이미지를 상징한다고. 조각조각으로 나누어진 것이 하나의 장미를 완성하는 것처럼,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좋으련만.


무서운/재밌는 그래피티들.

그리고 Kieslowski. Łódź film school은 그를 비롯하여 (도덕적 평가는 차치하고) Roman Polanski, Jerzy Skolimowski, Andrzej Wajda와 같은 쟁쟁한 영화 감독을 배출한 곳인데, 월요일이어서 학교/박물관 방문은 아쉽게 하지 못했다. 대신 내가 Kieslowski의 열렬한 팬인 걸 잘 아는 M1이 데려간 Walk of Fame. 

저녁을 먹고, M1은 요즘 재건 중인 역사적 건물을 구경 시켜 주었다. 잡지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M1의 프로젝트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말과 글, 그리고 '상징성'에 의지하는 나와 달리, 현장에서 생생하게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M1의 모습이 참 멋져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반갑고 의미 있었던 방문. 정말 최선을 다해, 늘 '자신의 도시'들을 보여주려는 친구들을 보면 고마움과 더불어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나를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과연 어느 곳을 '나의 도시'로 열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그들을 어디 어느 곳으로 데려가고 싶은지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장기간(=2년 이상) 어엿한 집주소 가지고 머문 곳을 방문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직 그 어느 곳도 '나의 도시'로 자신있게, 이들만큼 애정을 담아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다.) 훗날 '나의 도시'는 어디가 될까? 그 어디가 되었든, 고마운 이들을 모두 초대하여 모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덧글

  • 좀좀이 2019/10/06 08:38 # 삭제 답글

    사진 보면 도시가 시원하고 깨끗해 보여요. 벤치를 기증한다는 버킷 리스트 멋진데요? 공간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벤치가 자신이 기증한 벤치라면 거기 앉아서 쉬는 사람 볼 때마다 기분이 2배로 좋아지겠어요 ㅎㅎ
  • iris 2019/10/13 23:36 #

    네- 원래 공업도시로 유명한 곳인데, 여러가지 도시 재생 사업들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 구축 중이었어요. 거리도 깨끗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에- 여러모로 젊음과 생기가 느껴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기증한 벤치에 앉아 누군가가 잠시 쉬어갈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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