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ão Paulo. 순간을 믿어요.

콜롬비아에 닿았을 때, 토론토에 있는 D에게 연락했다. '네 고향 Cartagena보다는 아니지만, Bogota도 멋진 것 같아. 다음에는 제대로 콜롬비아를 주목적지로 해서 방문해야겠어.'

그리고 상 파울루.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 회의장에서 보낸터라, 호텔 로비나 식당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보사노바가 아니었으면, 여기가 브라질임을 잊기 일쑤였다. 호텔 밖 풍경은 그야말로 빌딩 숲. 

출퇴근을 같이 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출신 분은, 내가 상파울루에 간다고 말씀드렸을 때, 상파울루 사람들은 인생을 즐기는 재미를 모른다고 하시며, 바다가 없는 그들의 삭막한(?) 삶을 측은하게 여기셨었다. 빽빽한 빌딩숲을 보니, 이해가 되는 듯 했다.

회의는 브라질의 대표 건축가인 Oscar Niemeyer이 지은 멋진 건물들에서 진행되었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선. 그리고 바깥의 이국적인 나무와 꽃들, 그리고 반가운 포스터들이 내가 브라질에 있음을 (다행히) 순간순간 상기시켜 주었다.

깨끗하고 정돈된 호텔과 회의장에서 벗어나 상파울루의 민낯을 (삼엄한 경호 속에) 잠시 볼 기회도 있었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도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현실과, 그 과정 속에 내재된 수백, 수천가지의 요소들.

일정 마지막 날 저녁에는, 주변을 (처음으로)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고등학교 동창인 J를 만나기로 했다. 다재다능한 J는 수많은 나라를 거쳐, 어느새 이곳에 비즈니스를 창업해서 정착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한국인. 

J를 만나러 가기 전 잠깐 미술관에 들리려고 했는데, 요즘 전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데모 현장 때문에 길이 막혀있었다. 아마존 화재 때문인지 과열된 분위기 속 수많은 열정적인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동료 B가 추천해 준 Batman's alley에 들렀다. 한 배트맨 그래피티를 시작으로 유명세를 타서, 온 거리가 이젠 그래피티로 장식된 곳.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늘 붐빈다는 관광객들이 없었고, 함께 나온 A와 함께 갤러리도 구경하고 거리를 한 바퀴 돌았다. 정열적이고 다채로운 브라질을 한 거리에 압축시켜 놓은 곳 .

고담시가 아닌 상파울루의 브루스 웨인.

아쉬움을 남기고 브라질 일정을 마치니, 브라질이란 나라를 더 알고 싶어졌다.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매력을 가진 흥미로운 나라. 멀지 않은 훗날, 리우 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보너스: 
1. 브라질은 세계 최대 재외일본인 거주지라더니, 그 영향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심지어 호텔 아침 부페에도 일본식 아침 식사가 매일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교토에서 먹었던 돈까스를 제외하고 제일 맛있었던 돈까스를 상파울루에서 먹게 되었다. 어느 민족이든 이민의 역사는 흥미롭고 관심이 간다.

2. 공항에서 마주친 꽃다발 자판기.

3. 엘살바도르의 Óscar Romero 신부님. 중앙 아메리카의 복잡한 역사/수많은 문제점이 떠올라, 벽화를 보며 이런저런 무거운 마음이 들었는데... 탑승 전 공항 직원에게 정말 어이없이 보고타 공항 면세점에서 산 커피를 뺏기고 말았다. 그가 미국으로의 "가루"물질 반입을 이유로 들어서, TSA 규정을 찾아서 항의하러 갔건만, 그는 영어를 못 한다며 내 커피를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같이 간 동료는 보고타 공항 면세점에서 산, 구아바 사탕을 뺏겼다고 하니, 이건 뭐...) 덕분에 엘살바도르에 대한 내 인상은 한순간에 마이너스. 내 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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