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바퀴. 순간을 믿어요.


학교 시작 전, 욕심을 부려 곳곳의 친구들을 '잠깐' 보러 간다는 것이 2주간 7번 비행기를 타고 6개국을 지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맹목적으로 '바로 옆나라에 가면 누구를 볼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한 것, 내겐 그게 그렇게 간단했다. 여러 시차와 하늘을 넘나들며, 매일 친구들과 재회하고 밤을 지새며 이야기를 나누고, 또 돌아와 틈틈이 회사 일을 하니, 하루 4시간이상 잠을 자는 것이 사치였다. 그래서 정작 학교에 왔을 때, 컨디션이 저하되어 목감기가 걸려 큰 고생을 하게 되었다. (주말동안 공부하는 이곳으로 날 보러 와 준 A와 S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내가 더이상 20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조금 강한 타이레놀이나 나이퀼을 먹고 한잠 푹 자면 날 것 같은데, 이곳은 (약을 정말 먹지 않는/자연적 치유를 선호하는) 독일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7년 전, 독감에 걸려 의사를 만나러 갔을 때도 '따뜻한 레몬티 마시고 푹 자면 나을거야,'라는 처방전을 받아 돌아왔었지. 

여러 약국을 돌며 '(제발) 강한 약으로 달라'고 얘기해도, 내게 돌아온 것은 (내가 보기엔 그저) 목캔디 뿐이었다. 체리맛, 레몬맛, 메론맛... 다양한 목캔디 40유로 어치. 

목캔디를 하나씩 까먹으며, (그래도, 여전히) 수업 전후로 틈날 때마다 동네를 걸었다. 

쇼펜하우어가 여동생에게 쓴 편지. 그단스크에서 이어 올 여름 두 번째로 만난 쇼펜하우어.

마주하는 풍경들은 늘 나를 설레게 하고, 매순간 이곳과 사랑에 빠지게 한다. 걷고, 보면서 많은 이들을 떠올렸다.
 
지금 느끼는 기분을 더 길게 풀어적을 기회가 있겠지. 지금은 그저, 이 풍경이 내 일상으로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나의 풍경으로 오래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 어리석은 나의 조바심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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