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rambling.

i. "10월 말에 태어난 큰 아이의 이름은 핀란드어로 '눈'이란 뜻이에요. 핀란드에는 그때부터 눈이 내리거든요. 봄에 태어난 둘째 아이 이름은 바이올렛 꽃을 따라 지었어요."

무민마마만큼 정겹고 따뜻한 인상을 가지신 핀란드 분과 아침부터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회사의 암묵적인 룰- open door policy-을 따라 화상/전화 회의가 없는 이상, 그리고 지속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을 하지 않을 때, 되도록이면 오피스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내 오피스는 부서의 커피머신이 놓인 테이블과 가까이 위치해 있어, 부서분들은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주변을 기웃기웃하다가 종종 나와 눈이 마주치는 상황에 놓인다. 그렇게 몇 번의 눈인사가 오가고 나면, 같은 프로젝트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친분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이들과도 한 뼘 가까워진다. 눈인사는 그 분들을 내 오피스 안으로 초대하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대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밀라노에서 오신 이탈리아분과 피렌체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시칠리아로 떠났던 신혼여행 얘기를 듣기도 하고, 까뮈 사진을 보고 들어오신 독일 분과 괴테와 Wetzlar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Lake District에서 오신 분과 베아트릭스 포터나 워즈워스의 집에 다녀왔던 추억을 나눈다. 이란 분과 한국 강남의 테헤란로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하고, 아일랜드 분에게 베케트에 대한 내 애정을 고백하기도 하고, 내 아스날 텀블러를 보신 리버풀 팬분과 이번 시즌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조금 부러운 마음으로 리버풀의 챔스 우승을 기원했다). 길어지는 대화는 커피 미팅이나 점심식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화를 나누며 늘 많은 것을 배운다. 저기 먼 곳에서는 10월에 눈이 내리는구나. 그곳에서는 '10월에 눈이 내리면'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니겠구나--- 이렇게 계속 알아가고 싶은 세상은 아직도 넓고 많기만 하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 것이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할 일이다.

ii. M이 만들었다는 너무 예쁜 부활절 케이크.

iii. 조카 T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무엇을 해도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 멀리 있어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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