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rk. 순간을 믿어요.


좋았던 것이 많았던 이번 여행이었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조카 T를 만난 것이었다. 생후 2달이 된 귀여운 T. (T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더 사랑스러웠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볼수록 매력적인 아기였다. 나는 조카 바보가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T를 직접 보고 온 지금, 매일 매일 T가 정말 보고싶다.) 오빠네 부부는 어느덧 어엿한 부모가 되어, 부모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그리고 즐겁게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여 참 멋지고, 인상 깊었다. 정말 인생의 '어른'이 된 모습. (또 그런 생활을 가능케 하는 6개월 100% 유급 육아휴직 시스템은 정말 본받을 만한 것 같다.)

아기를 많이 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없긴 하지만, T는 순하고 착하다. 물론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면 칭얼대긴 했지만 그것도 짧고 굵게 표현하는 것 같고, 바람을 쐬러 데리고 나가면, 쌔근쌔근 잠이 드는 착한 아기이다.

그런 T를 데리고 처음으로 장시간 기차+외박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장소는 York. 착한 T 덕분에 조용히 기차를 타고, 오래된, 로마인의 도시(Eboracum)에 도착했다. 멋진 기차역에서 나와 숙소로 가는 길, 훌륭하게 보존된 오래된 성벽 길을 따라 노란 수선화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도시가 한 눈에 마음에 들었다.

아침 일찍 구시가지로 가는 길, 강이 범람한 모습이었다. (직업병이 고개를 내밀어, 잠시 머릿속은 문화유산 disaster risk management로 가득.) 그리고 그림같은 마을을 만났다. 서점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창밖의 풍경이 아름답고,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주민들이 참 보기 좋았다.

동화같은 거리를 지나 York 대성당을 만났다. 로마 황제는 여전히 위용을 뽐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대성당 대신 Guy Fawkes가 세례를 받았다는 St. Michael le Belfrey에 들어섰다. 관련 패널을 읽고 있는데, 너무나 친절하신 할아버지들께서 안에 들어가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가라고 손을 이끄신다. 조금은 어리둥절한 채로 제대 앞으로 가니 사람들이 상냥하게 초콜릿 케이크를 권해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같이 앉아도 괜찮냐는 젊은 두 남녀. 옥스포드에서 신학을 공부한다는 K와 T는 지금 요크에 인턴쉽을 하러 왔다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한국에 가봤다는 K는 (한국에도 성공회 성당이 있다고 알려주니 놀라워했다.) 내 신앙 생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나는 종교생활과 많이 멀어진 내 생각을 가감없이 나누었고, 그들에게 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오빠네 부부와 afternoon tea를 마시기로 한 약속 시간이 다가와, 감사인사를 하고 일어섰다. K와 T는 고맙게도 그 자리에서 진심 어린 기도를 해 주었는데, 그들은 원하는대로 좋은 성직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T의 첫 afternoon tea 데뷔전은 성공적이었고 (=내내 조용히 잠을 잤고), 산책하기로 한 공원은 아름다웠다. 그 옛날 아름다움을 자랑했을 St. Mary's Abbey의 자취와 수줍은 노란 수선화들.

 오빠네와 헤어져, 성벽을 따라 한 바퀴 걷기로 한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무지개를 만났다.


고풍스럽고 정겨웠던 York. 언젠가 T가 더 컸을 때, 다시금 함께 오고 싶은 곳이다. T야, 그때는 함께 맛있게 afternoon tea를 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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