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bridge. 순간을 믿어요.

Cambridge 1.

3년 만에 다시 Cambridge를 찾은 이유는 순전히 M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종종 마카오에서, 포르투갈에서, 폴란드에서 엽서를 보내왔지만 정작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던 M. 내가 '학위 콜렉터'라고 농담 삼아 얘기하는 것이 무색하지 않게, M은 어느새 Cambridge에서 3번째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진정으로 학문을 사랑하는 아주 멋진 친구.

마중을 나온 M을 만나, 그 조용한 대학 도시에서 꺅꺅 반가움의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이렇게 널 만나네!' 6년? 만이었지만, 마치 어제 본 친구 같다. (대학원 때 만난 모든 친구들은 정말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어색함 없이 마냥 반가울 것 같다는 감사한 확신(?)이 있다.)

지난 번 이곳을 찾았을 때는 비트겐슈타인의 묘지에 들리지 못해 아쉬웠어-라고 말하자, M은 마구 웃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자기가 이곳에 입학을 했을 때 처음 찾았던 곳이 비트겐슈타인의 묘지라고. 친한 동기들과 그곳을 찾아 술을 한 잔 뿌리고 왔다고. '역시 우린 친구지-'하면서 또 한참 웃었다.

M은 자기가 속한 college로 나를 데려가 주었는데, 공부하기에도 바쁠 시간에 또 college에서 회장을 맡아 더욱더 분주하게 살고 있었다. (또 조정 경기에 관심이 생겨, 틈틈히 심판 보조를 보고 있다고.) 덕분에 기숙사를 지날 때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과 인사를 하고 소개를 받게 되었는데, 다시 학생이 된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고, 사회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곳.

M의 college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M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조인해서, 어느새 일곱이 된 우리(포르투갈인-한국인-영국인2-중국인-아르메니아인-일본인)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스웨덴식 청어절임에 대해 대화하고 있었다. 때때로 대화의 흐름 속, 각자의 보다 현실적인 고민들이 고개를 내밀었지만, 하하 호호 웃다 보면 어느덧 대화의 주제는 다시 두리안으로 흘러가 있었고, 나는 옆에 앉은 친구가 링컨 센터에서 최연소로 무슨 공연을 했다던가 하는 소개가 문득 떠올라 괴리감이 갑자기 몰려오기도 했다. 뭐, 결국 이런 저런 타이틀을 다 떼어도, 처음 본 자리에서 청어절임과 두리안으로 이렇게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다 편안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덕분에 아주 아주 길고 행복한 점심 식사가 되었다.

햇살이 좋아 교정을 걸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가끔 학교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M은 다시 일을 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나는 M이 교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M은 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오래된 것과 잊혀져 가는 것을 심도있게 연구하는 M. 짧은 재회의 시간이었지만, M의 에너지와 열정을 받아 왔다. 또 언젠가 어디에서 만나더라도, 우리 서로 원하는 방향에서 두 발 딛고 잘 서 있었으면 좋겠다. 늘 응원하고 싶은 친구이고, 다음 만남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