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i & Vatican City. 순간을 믿어요.

(아씨시의 오묘한 하늘)
(아르헨티나 16강 탈락에 교황님도 속상하셨을 것 같다.)
(보너스: 보테로의 귀여운(?) 작품)


i. ... St. Peter's has made me realize that Art, like Nature, can abolish all standards of measurement.

... Without having seen the Sistine Chapel, one can form no appreciable idea of what one man is capable of achieving. -Johann Wolfgang von Goethe.


가톨릭을 모태 신앙으로 가지고 자라 왔지만, 역사 속 바티칸의 부패적인 면모를 잘 알고 있다. 또 청빈의 성자로 알려진 프란체스코의 아씨시를 방문하고, 그의 누더기를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에서 본 것과 더불어, 바로 전날 로마 유태인 게토를 방문하고 역사를 배우고 난 터라 교황청/바티칸 박물관으로 향하는 심경은 조금 복잡했다. 신을 앞세워 축적한 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페루 리마 대성당에서 피사로의 무덤을 보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문화예술은 번영하였고, 이렇게 인류의 걸작들이 한데 모아지기도 하였으니... 이 모든 것은 불완전한 인간의 행위이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종교는 어떤 형태를 갖추어야 하나, 등등 여러 생각이 머리를 무겁게 하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맨 먼저 시스티나 성당 천장 벽화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들어서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완전히 압도 되었다. 이성이란 것이 완전히 무장해제 당할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지상을 하늘과 연결시키는 것이었고, 한참 동안이나 그 위용에 충격을 받아 넋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신부님께서 들어오셔서 기도를 올리셨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신자/비신자들이 함께 올리는 기도. 기도를 마치신 후, 한 켠에 앉아계시는 신부님께 조심스레 다가가 말씀을 청하였고, 신부님께서는 한없이 자비롭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해 주셨다. 거장들이 신의 도구임을 자청하며 완성한 작품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올린 그 기도가, 여느 곳에서 올린 기도와 비교했을 때 신의 눈에는 동일해야 함이 (혹은 결코 더 나은 것이 없어야 함이) 마땅하겠지만- 내게는 특별한 순간이었고,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그 기도가 이루어지길 바랐다.

ii. 바티칸 박물관에서 한-참동안 시간을 보낸 후 (=다리가 아파서 더이상 무엇을 보기가 어려워졌을 때)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어떠한 내부 행사가 있는 것인지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허되었다. (전날 밤, 베드로 광장의 야경을 보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스위스 근위대의 삼엄한 경비와 바리케이드 너머로 보이는 대성당은 너무나 멀게 느껴졌고,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로마에서 고고학을 공부한 동료 B와 바티칸 박물관에서 수년 간 근무했던 동료 J와 점심식사를 하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직접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행스럽게도 둘 다 입을 모아, 바티칸 박물관 방문이 성 베드로 대성당 방문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며 위로(?)를 해 주었다.




덧글

  • 2018/07/06 02: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7/06 07: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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