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nio Morricone @ Terme di Caracalla. 순간을 믿어요.


정말이지, 비현실적이었던 시간.

오랫동안 꿈꿔왔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에는 당황스러울 만큼 눈물이 많이 났다. (또 배경으로 펼쳐진 장면이 은은한 조명과 함께, 화려했던 고대 로마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카라칼라 욕장이어서 그 비현실감에 무게를 더했다.)

그의 음악과, 또 그의 음악으로 인해 더욱더 풍요로워진 영화들과 함께 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내 인생에서, 그의 음악은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축약해 놓은 것이었다. 나를 한 뼘씩 자라게 했던 그의 음악들을 직접 듣는 순간, 한없이 행복했고 마음이 아팠던, 그의 음악과 함께 한 내 지난날들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많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그리고 그 순간에 오롯하게 존재할 수 있음에 너무나도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또 눈물이 나왔다.

앉아서 지휘하시는 아흔 살의 그는 쇠약해 보이셨지만, 그 몸짓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단단함과 자부심이 깃들어져 보는 내게 경외감을 들게 하였다. 진정한 Maestro. 그의 음악은 나를 포함하여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인생에 다채로운 감정들을 선사했을까...


콘서트를 다녀온 지 일주일이 넘은 지금, 현실로 돌아와 습관처럼 그의 음악을 틀어놓고 그날의 감동을 되새김질하려 애써보지만, 그 모든 것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다가온다. 비록 그때 느낀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은 어쩔 수 없이 점점 옅어져 가겠지만, 희미하게나마 그 감동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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