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rambling.


i. 안개 자욱했던 출근길. 안개에 파묻혀 조금 걷다가 내가 사랑하는 다른 도시들의 안개를 떠올렸다. 또 강가에 피어오르던 물안개에 감탄하기도 했다. 오후는 여름처럼 무척이나 더웠고, 다음날엔 폭설이 내렸다.

ii. 김동률의 새 음반이 나와 네 생각이 났다,고 발매 당일 일곱 명에게서 안부 인사가 왔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자동연상이 될 만큼 내 애정이 그렇게 유난스러웠나, 새삼스레 돌아보았다. (김동률 외에도 그런 것들이 몇 개 더 있다.) 물론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 그의 콘서트가 열리기라도 하면 피케팅을 불사하고 같은 공연을 두세 번씩 가긴 하지만, 그건 그동안 그리웠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섞여 있는 것 같고... 꼭 애정의 크기보다도, 아마 내가 오랫동안 꾸준히 좋아한 것이 다른 이들에게 더 각인되지 않았을까 싶다. 십수 년이 넘는 한결같은 마음.

쉽게 마음을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마음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오래 머물게 된다. 그래서 늘 '여전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것은 칭찬일 때도 있고, 답답하다는 책망 섞인 소리일 때도 있다. 어쩌겠는가, '내가 이런 나'인걸. 그런데 그건 무조건적인, 헌신적인 마음과는 분명 다르다. 어쩐지 좋아하게 된 처음의 그 마음과, 그걸로 인해 행복했던 추억들과, 또 함께 성장한 시간들을 떠올리면 도무지 마음을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게 정인가? (혹은 의리?) 그렇다면 난 정이/의리가 많은 사람인가, 생각해본다.

아무튼 나는 수록곡 중 contact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만든 노래일까 궁금해졌다.) 이 노래들은 또 어떻게 내 인생의 주제곡, 혹은 배경음악이 되어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iii. M에게서 크리스마스 카드와 패키지가 왔다. 직접 만든 포장지로 세 번이나 각각 정성스레 포장한 것을 받아들고, 메리 크리스마스! 메세지를 읽으며 웃었다. 멀리 있는 이들과 주고받는, 언제나 조금 이르고, 조금 (혹은 많이) 늦은 이야기들. 그 지연된 마음들이 각자에게 온전히 괜찮아지려면 얼마나 그 관계가 두터워야 할지, 얼마나 성숙해야 할지,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 지금 보내더라도 어차피 달라질 건 없다고-'라고 노래하는 김동률의 '답장'을 들으며 생각했다.

iv. 또 다른 M은 온 가족과 비디오를 찍어 안부 인사를 전해 왔다. M의 집에 놀러 갔을 때, M은 가족은 물론, 소꿉친구들과 친척들까지 다 인사를 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 후 내게 편지를 쓸 때면, 그 모두에게 사인을 받아 보내 주었다. '우리 모두' 함께 인사를 전한다며.) 나도 기억을 더듬어,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오랫동안 안부를 물었다. 강아지 B도 잘 있지?하고 덧붙이면서.

v. 이런 따뜻한 마음들을 매번 과분하게 받는다. 정말이지, 나는 그 마음들이 조금 이르고, 조금 (혹은 많이) 늦어도 괜찮다. 부디 내가 아끼는 이들에게 나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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