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land & Northern Ireland. 순간을 믿어요.



i. 아름답고, 쓸쓸하고, 소박하고, 따뜻했던 아일랜드 & 북아일랜드.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림같은 자연 풍경 외에, 역사/문화가 주가 된 여행에서 생각보다 더 많이 아픈 지나간 날들의 흔적을 보게 되었다. Kilmainham Gaol, Glasnevin Cemetery, 또 the most bombed hotel로 유명해진 Europa Hotel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호텔로 바뀌었다고 한다..-) 등에서 본 대기근, 독립전쟁, 내전 등의 흔적들은 이방인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고, 반면 여행에서 만난 이들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친절해서, 이러한 시간들을 잘 견뎌온 그들의 믿음과 강인함에, 상실되지 않은 인간미에 감동하게 되었다. (무려 들판에 양을 놀래키기 좋아하는 순수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라니.)

또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작가들. 아담하고 기품있는 Trinity college 교정과 도서관을 둘러보며 Samuel Beckett이 살았던 시간들을 상상해 보았고, 더블린 시내 곳곳에서는 James Joyce와 Oscar Wilde의 발자취를 마주칠 수 있어 좋았다.

비록 아일랜드/북아일랜드의 매력을 다 파악하기엔 너무나도 짧은 여행이었지만, (또 그곳에까지 닿은 블랙 프라이데이의 열기로 인해, 영화 Once에서처럼 Grafton Street 버스커들의 음악을 조용히 즐길 순 없었지만-) 순간순간 무척이나 그리웠던 정서들을 마주하며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어쩌면 나는, 특유의 잿빛 겨울 하늘과 매서운 바람까지, 조금은 그리웠었나 보다.

ii. 나를 보러 아일랜드로 날아와 준 D와 오빠와 새언니. (유럽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늘 친구들의 가족들을 소개받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소중한 가족들에게 좋아하는 친구를 소개시켜 줄 수 있어 정말 기뻤다.)

D는 루마니아 전통 모양의 뱃지와 책갈피를 내게 건넸고-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틈틈히 지난 3년 간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느라 목이 쉬어버릴 정도였는데, 무리를 하긴 했어도 그건 내가 많이 그리웠던 것이다. 마음 맞는 친구와 그 어느 주제로나 이야기를 해도 편안한 기분. -이 기분은 탁구를 아주 잘 치는 것과 비슷한 것 같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못치는) 스쿼시를 아무리 열심히 쳐도 공이 돌아오지 않는 기분이다.-

우린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Sebastian Kurz에 대한 생각이었다. 주로 리버럴 성향을 띄는 미디어를 접하고 있는 나로서는 극우성향의 그에 대한 염려를 표했는데, D의 의견은 매우 달랐다. D의 이야기를 듣고 난민 수용에 있어 유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다소 심각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바로 실없는 농담을 해도 좋은, 그런 우리의 관계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순전히 나를 보러 휴가를 내고 한 달 반만에 다시 아일랜드로 날아왔다는 D. 아일랜드의 석양을 보며 감탄하는 내게, D는 '너를 알게되고 하늘을 더 자주 보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에 감사하게 되었어.'라고 말해주었다. 순간 눈물이 났고, 그렇게 말해주어 참 고마웠다. 외곽에 위치한 인적 드문 묘지를 일부러 찾아가, 고요함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며 함께 천천히 거닐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있어 참 복받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네가 유럽에 오기만 하면 거기로 찾아갈게.'라며 인사해 준 D. 우리가 더 나이를 먹으면서 서로의 생활에 잠식되어 그게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또 다음에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 지 모르겠지만- 늘 D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여행도 우리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게 되겠지.


덧글

  • 2017/12/04 08:07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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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06 05:41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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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05 12: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12/06 05:48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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