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따기와 잡념들. rambling.


블루베리를 따면서 떠올린 것은 친구들이 전해주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북유럽권 친구들의 이야기나 동화에 의하면, 그들은 어린 시절 숲으로 loganberry나 lingonberry를 따러 가곤 한단다. 또 동유럽권 친구들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따라 숲으로 버섯을 채취하러 갔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리고 커서도 가-끔 현실 도피를 하고 싶을 땐, 주말에 바구니 하나를 챙겨서 자전거를 타고 버섯을 따러 가곤 했던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예전엔 식용 버섯을 잘 구분하는 능력도 좋은 남편의 조건이었다는 얘기도 재밌게 들었다.

그들에게 나는 무슨 어린 시절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하고 돌아보니,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놀이터에서 놀았던 기억뿐이다. 방학 때는 곤충채집을 해보라는 탐구생활 문제에 동네를 헤집고 다니며 잠자리 두어 마리를 잡았던 것 같고... 그보다 어렸을 때는 놀이터 옆에 긴 풀을 좀 뜯어다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파를 가져왔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추억들은 다소 심심한 소재였고, 친구들이 정말 흥미를 가졌던 것은 휴전 국가에서 온 내가 체험했던 대피 교육이나 민방위 날 등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방송을 듣고 책상 밑에 들어가는 연습을 했고, 정년 퇴임을 앞두신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6.25 노래 같은 반공 노래들을 가르쳐 주셨었다고 말해주니 친구들이 무척 신기해했다. 얘기를 나누다, 칠레 친구가 자신이 어렸을 때 받았던 지진대피 시범을 실감 나게 보여줘서 잠시 웃기도 했지만, 이렇게 정치적, 환경적 등의 요소로 어린 시절의 추억과 삶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나 와닿아, 무거움이 더해지기도 했다.) 

손으로 기계적으로 블루베리를 따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각종 잡념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생각을 멈추고 앞을 바라봤을 때, 눈에 들어온 건 너무나도 영롱하고 다채로운 색의 블루베리들이었다. 

아침에 내린 비에 살짝 물기를 머금고 반짝반짝 빛나는 블루베리들. 내 키보다도 큰 블루베리나무에서 블루베리를 하나하나 따면서 서서히 영글어가는 모습에, 그 빛깔에, 감탄했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잔뜩 딴 블루베리들.
중간에 잠깐 쉬면서 네잎 클로버를 하나 찾기도 했다.

(발견한 네잎 클로버는 잎들이 고르지 않고, 무엇이 갉아먹은 것처럼 가장자리가 뜯겨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기쁨은 달라지지 않았다. 잘 말리려 조심스레 책 사이에 끼워 넣다가, 문득 실질적인 아름다움이나 기능을 떠나, 그것이 지닌 상징성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들을 생각했다.)

그렇게 수확한 블루베리와 스메타나를 곁들인 blintz.
(여기서 또다른 잡념 -Smetana(사워크림)나 Hleb(빵)이나 재밌는 성(last name)이다. -흘렙은 어디서 잘먹고 잘살고 있으려나...)

초대해 함께 나누고 싶은 이들이 참 많다. 열심히 따온 블루베리는 투박하게 달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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