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한 나날들. rambling.


i. 그저 모두 무사하길 의식적으로 바라는 나날들이다.

ii. ...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다. 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빌었다. 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든지 불행이 되든지, 그저 하루하루가 별 탈 없기를 바랐다.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또 그렇게 순하게 세월이 끝나기를 바랐다.

죽을 생각을 하면 아직은 두렵다. 죽으면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이 모두 소멸하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 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사랑과 열정으로 더불어 하루하루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은 복받은 일이다.

... 나는 춥고 어두운 흙구덩이로 들어가야 할 일이 무섭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의 무사한 하루하루에 안도한다. 행복에 대한 내 빈약한 이야기는 그 무사한 그날그날에 대한 추억이다. 행복이라기보다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딸아이가 공부를 마치고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았다. 딸아이는 나에게 휴대 전화를 사 주었고 용돈이라며 15만 원을 주었다. 첫 월급으로 사 온 휴대 전화를 나에게 내밀 때, 딸아이는 노동과 임금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고, 그 자랑스러움 속에는 풋것의 쑥스러움이 겹쳐 있었다. 그때 나는 이 진부한 삶의 끝없는 순환에 안도하였다.

그 아이는 아마 월급쟁이로서 평생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나는 이 무사한 하루하루의 순환이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랐고, 그것을 내 모든 행복으로 삼기로 했다. - 무사한 나날들, 김훈.

iii. ...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들의 삶까지 다 알고 싶도록 진화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소설은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을 겪게 하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보게 만들죠. 소설은 정연하게 쓰여진 악몽입니다. 낮에 우리가 이성으로 억압했던 것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죠. 그 감정적 경험을 통해 독자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대상에게도 공감하게 됩니다.

... 문학적 진실은 사실과는 관계가 없지만, 사실보다도 강력하게 존재합니다. -김영하 인터뷰 중.

iv. 좋아하는 두 선수의 은퇴.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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