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rambling.


i. 문제가 생겨 고객 센터에 연락을 했다. (사실 이건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연결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정말 길고...) 어쨌든 연락을 했고,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법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네 명의 agent들과 참 오랫동안 얘기를 해야 했는데, 그들은 매번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며 다른 agent에게 나를 토스하듯 연결해 주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될 때마다 나는 리셋이 되어 또다시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을 하고, 처음부터 다시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해야 했다. 한참을 얘기하다, 네 번째 agent가 또다시 '이건 제 분야가 아니네요. 다른 부서분께 연결해 드릴게요.'라고 했을 때, 내 인내심도 이미 바닥을 향해 있었다. (어째서 그들의 전문 분야는 이렇게까지 세분화되어 있는 걸까.) 결국 나는 다섯번 째 agent에 희망을 걸고 또다시 리셋이 되는 대신, 고맙다는 인사 후 대화를 끝맺었다. 

시간, 에너지 낭비만 한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아마 이들은 바다 건너에 있는 아웃소싱 된 직원이었을 테고, 이 문제에 원인 제공을 한 것도 아니니, 내가 굳이 그들에게 화를 낼 이유는 없다. (또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고.) 그리고 아마 그들이 하루종일 상대할 고객들은 대부분 불만에 차 있을 테니, 나까지 그들의 직업적 스트레스에 무게감을 실어줄 필요는 없겠지...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나 스스로에게 더 피곤한 일이 되어 버리고, 그러니 내가 웬만하면 조금 불편한 채로, 조금 손해 보면서 사는 게 더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피곤함 v. 불편함/억울함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다니.

ii. 그렇게 문제 해결을 덮어두고- 얼마 전 '모든 불편함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의 시작'이라는 걸 읽은 게 떠올랐다. 음. Siri나 Alexa한테 내 상황을 한 번 설명하면, 그다음부터는 나대신 알아서 이 고객 센터에 연락하는 기능이 생겼으면 좋겠다.

iii. 그러다 D가 추천해 줘서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black mirror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과학 기술 발전에 따른 악영향들을 (조금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주어서인지, 막상 그런 세상에서는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인공 지능에 '인간미'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이율배반적인 일일까. 또 인공 지능에게 허용할 수 있는, 효율성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인간미'는 무엇이 있을까.

iv. 어제는 한국 식당, 영국 pasty shop, 폴란드 식료품 가게를 들렀고, 월마트에서 레바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산 디저트를 봤다. L에게 '정말이지, 여기 월마트엔 북한 제품 빼고 세계 물건이 다 있을 것 같아.'라고 했다.

v. 색맹인 Eddie Redmayne는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그의 졸업 논문 주제는 International Klein Blue (Yves Klein Blue)였다고 한다. 그에게 비춰진 색은 무엇이었을지, 또 그 과정은 어땠을지 상상해보면 괜히 마음이 뜨거워진다.

vi. ...When she was a 19-year-old university student, Arendt fell in love with her 36-year-old married professor, Martin Heidegger. A philosopher as influential as he is controversial, Heidegger made monumental contributions phenomenology and existentialism; he also joined the Nazi party and took an academic position under Nazi favors. Although he resigned a year later, stopped attending Nazi party meetings, and later told a student that he considered taking the position “the greatest stupidity of his life,” he never publicly repented. That he should fall in love with a Jew — Arendt saw the power and privilege of being an outsider as central to her identity — exposes the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of which the human spirit is woven, its threads nowhere more ragged than in love. - Maria Popova

vii. 더블린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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