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s to Vera - Vladimir Nabokov.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Because you are the only person I can talk with about the shade of a cloud, about the song of a thought—and about how, when I went out to work today and looked a tall sunflower in the face, it smiled at me with all of its seeds.

... all the little tails of your thoughts, your stretchy vowels, your whole soul from head to heels... You are made entirely of tiny arrow-like movements – I love every one of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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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나보코프의 작품은 로리타밖에 접해보지 못해서, 그의 시적 감성과 뛰어난 문체와 더불어,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우연히 그가 아내 베라에게 쓴 편지를 모아 출판된 책을 알게되어 읽게 되었다. 베라를 만난 날부터 그가 죽는 날까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와 시를 썼다니, 그가 이런 엄청난 사랑꾼인지는 몰랐다.

각종 해설과 더불어 장장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사실 낭만을 찾아 책을 구했지만, 읽다보니 그 한없는 달콤함에 지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우수한 교육을 받았지만, 혁명의 시대 속 여러 나라를 전전해가며 망명자의 삶을 살았던 그가 이렇게 한결같이 (조금은 현실 감각이 떨어져보이기까지 하는) 러브레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그 낭만이 그에겐 완벽한 현실이었고, 그가 그야말로 철저한 로맨티스트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점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ii. 아주 오랜만에 The man in the iron mask를 다시 보았다. 중학생 때 시대극+ 제레미 아이언스라는 조합 때문에(-그러고보니 로리타 영화에서도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온다.-) 이 영화에 꽂혀 100번 가까이 본 것 같은데, 다시 봐도 (분명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좋았다. 어렸던 내게 큰 울림을 주었던 건 달타냥의 지고지순한 순애보적인 모습과 musketeers의 의리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당시 나름 내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사실 그 많은 것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리게 되고, 다소 냉소적인 시선이 내 안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Letters to Vera나 The man in the iron mask 같은 것들을 의식적으로 찾아 접하려고 하는 날 보면, 아직도 그것들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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