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 순간을 믿어요.


베를린은 내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날 보러 휴가를 내고 장장 8시간의 여행을 마다않고 와준 친구를 포함해서-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고 늦게 헤어진 첫째날. 친구들은 손수 만든 쿠키와 부모님이 직접 담그셨다는 체리 liquor와 내가 좋아했던 잼 등등을 꺼내 놓았다. 선물 하나하나에 설명을 곁들인 태그를 만들어 달아준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들. 

짧은 자유시간 동안 많이 보고, 많이 걷고 싶어- 방을 내어준다는 친구들의 호의를 조심스레 거절하고, 북적이는 번화가에 호텔을 예약했다. 그렇게 아침 일찍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섰는데- 비가 오고 으슬으슬 추웠다. 덕분에 이번에 독일에서 입으려고 모처럼 구입한 민소매 원피스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혹시나 해서 가져온 스웨터 하나와 스카프에 마냥 의지하게 되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정처없이 오래 걷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몸살에 걸릴 것 같아, 근처에서 굴라쉬를 사먹고 까페에 앉아있기로 했다. 이 잿빛 하늘 역시 내가 기억하는 베를린의 스산한 풍경의 일부이지,하면서.

다행히 날씨가 조금 개어 서둘러 일어섰다. 또 하염없이 걷기로 했다.

잠깐 Bode museum에 들리기도 했다. 들어서기 전 눈에 띈 것. 엄마의 교통사고 이후부터, 장소의 accessibility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질감없이 설치된 wheelchair lift. 이것저것 생각하다, 친구와 전날 human scale에 대해 나눈 얘기를 곱씹어 보았다.

박물관에서 나와 조금 더 걸었다.시차와 수면부족으로 머리가 몽롱했지만, 없는 힘까지 짜내어 추억의 장소들을 들리기로 했다.

풍경을 일일히 눈에 열심히 새기는 시간.
이 풍경이 일상인 삶, 그랬던 시간들을 마음 속으로 기억하며 또 그리워했다.

그 시간을 되짚어보는 순간, 이어폰에서는 노리플라이의 '뒤돌아보다'가 흘러나왔다.



... 지난 마음 한켠에
넌 가끔식 웃음 짓네 내게
그게 사랑이었건
조금은 쓸쓸했던 날 달래고 나면은
(아련히 떠오르네)

이젠 남은 자리에
우리들의 흔적들만 남아
처음 만났던 때로
흐리게 마음 가득히 가네
조금씩 앞을 향해서 가네-

광활한 Tempelhof에서 연을 날리던 사람들. 저쪽 어디엔 refugee camp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근 2년 반 만에 다시 찾았던 이곳. 추후 다시 왔을 때, 베를린은, 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그때쯤이면 예전보다 무거워진 유럽의 공기가 제자리를 찾을지. 부디 그때는 베를린도, 나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이길 소망했다. 




덧글

  • 2017/04/21 07: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4/22 20: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4/25 00:3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4/25 00:3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4/25 00:3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iris 2017/04/25 21: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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