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rambling.


i. 학회 관련 메일을 받았다. (내 생각에) 이건 어딜 봐도 내가 기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돌려받게 되는 기회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들은 이런 기회를 꾸준히 마련하는 것일까, 생각하다가 그들은 그곳에서 피어날 토론과 만남의 중요성과 각종 가능성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임에도 학비를 면제받고 다양한 학생 혜택을 누리며 공부하게 해 준 곳. 이 시간은 내 인생에서 두말할 것 없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장 많이 배웠고, 가장 많이 느꼈던, 그렇게 고맙고 고마운 시간.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논문 쓰기와 (-영어로 독일어 수학 문제풀이를 설명하는, 그렇게 조금은 난해했던-) 과외수업을 병행하며 바쁘게 지내도 행복했고 어디서나 약간의 희망과 낭만을 찾을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운이 좋으면 펀딩을 받아 별개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세계 각국(-영국, 브라질, 불가리아, 덴마크, 그리스, 스페인, 스위스, 필리핀, 가나, 터키, 모로코, 프랑스, 루마니아, 폴란드, 독일, (독일에서 공부 중인 미국에서 온 한국사람) 나.-)에서 모인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열흘간 함께 지내면서 diversity와 융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공부하고 얘기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특히 교육 시스템에 매력을 느껴 이 분야를 맡았는데, 내게 주어진 주요 토론 주제는 독일 내 터키 이민자 2세들의 교육적 융화 문제였다. 관련 지식이 별로 없던 나는 학문적으로 그다지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진 않았던 것 같지만, 터키인 밀집 지역에 가서 동네 분위기를 살피고, 학교를 방문하
여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또 이슬람 모스크에 들리고 터키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고민했던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큰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종교, 다양한 성정체성 등을 논의할 때에도 우린 아침부터 밤까지 관련 장소를 방문하고, 실제로 혜택/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며,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사회적 장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 토론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이나마 다양한 주제를 가까이에서 직접 접했던 우리는 모두 각자 나라로 돌아갈 때, 귀중한 레슨과 범세계적 가치, 또 나름의 책임감과 새로운 시선들을 안고 갔던 것 같다.

이런저런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그들의 그러한 접근법이 비난 받는 오늘날의 모습을 본다. (공리주의와 국가주의를 앞세워) 자국민과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들을 우선시하며 점점 커지는 목소리들. 그리고 이들 목소리에 더욱더 힘을 실어주는 각종 테러와 부작용들. 

그렇게 내게 감사할 시간으로, 인류애를 가르쳐 준 기회로 남은 것들이 결국은 실패였다고, 그러한 노력은 그저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내가 지극히 운이 좋았다고, 그 경험은 내게만 국한된 것이고 그런 소중한 시간들이 수치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면 나는 할말이 없다. 

그래도 문득 학회 메일을 읽으면서, 적어도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포용과 소통, 나눔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그것이 자아내는 긍정적인 가능성에 투자했던 이들의 노력과 접근법이 단순히 실패한 정책으로, 그저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남게 하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i. Emma Stone의 우문현답.

When asked, "How much does an Oscar cost in terms of sacrifice and discipline?” Emma replied, “Is that measurable?…In my life, I have been beyond lucky with the people around me, with the friends and family that I have, and the people that have lifted me up throughout my life. So in terms of sacrifice, those people are all sitting back in a room right now and I get to go celebrate with them. And it’s felt like the most joyous thing. So I mean, being a creative person does not feel like I sacrificed to me. It’s the great joy of my life…I’ve been very lucky in terms of that one.”


하루를 보내면서 나 역시 "is that measurable?"라고 되묻고 싶은 순간들이 많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