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에서. rambling.


i. 오랜만에 미장원에 갔다. 끝을 조금만 다듬으러 갔는데, 자르다 보니 꽤 짧아졌다.

머리야 또 자랄 테고 어차피 다듬어야 하지만, 이번엔 좀 아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자르기 전 머리가 (약간의 과장을 더해) 내 30년 인생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머리였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마음에 쏙든 이 머리가 내가 딱히 의도했던 건 아니었다. 머리를 파마한 건 작년 3월쯤이었는데, 미장원에 오래 앉아있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동안 머리를 그냥 내버려 두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파마기가 조금씩 없어졌고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마음에 꼭 드는 머리로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 주위 사람들도 어디서 머리를 했냐고 자주 묻곤 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Charlotte Gainsbourg 예전 머리. -요즘은 Gerard Darel 사진을 보니 머리를 싹둑 자른 것 같다.)

미용사분은 다시 파마를 하고 가라고 하셨지만, '다음에 시간이 더 있을 때 와서 할게요.'하고 나왔다. 아마 지금 다시 파마를 한다고 한들, (파마가 잘 된다는 가정하에도) 내 마음에 드는 자연스러운 머리와 분위기로 자리를 잡으려면 한참 걸릴테다.

지금은 파마기가 없는 머리가 어중간해서 그냥 질끈 묶고 다닌다. 머리를 자르기 전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놓을걸 그랬나, 조금 아쉽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머리 자를 땐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지만.)

(다음달 즈음 이 사진이라도 가지고 머리를 다시 하러 갈까...)

그러다가 '완성'이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Things take the time they take.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는 것들. 자연스럽게 진가를 나타내려면 시간의 흐름이 꼭 필요한 것들... 그러기 위해 기다려야 할 것들.

ii. 4월에 학회를 가게되어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유럽 대륙(...)에만 있다면 어디로든 보러오겠다는 고마운 마음들. 학회가 끝나는 주말에는 오빠네 잠깐 들릴까, 아니면 다른 곳에 갈까- 벌써부터 마음은 정작 학회보다 다른 곳에 가있다.

iii. 사랑스러운 Sempé 그림.



iv. 미장원에 갈 때마다 일차원적 연상기법에 의해 떠오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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