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청소. rambling.


i.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직도 할 일이 남아있다. 낙엽 청소.
지난주에는 바람에 날려와 deck에 쌓인 낙엽들을 치웠고, 집 앞에 쌓인 낙엽들은 그 양에 지레 놀라서 지나다니면서도 애써 외면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으니 조금만 나중에 치우자, 또 낙엽들은 한동안 계속 떨어질 테니 조금만 더 미루자, 하는 마음으로.

어제는 차마 더 미루기가 부끄러워, 
(생각해보면 이게 뭐 그렇게 큰 일이라고…) 마음을 먹고 장갑과 부츠를 갖추고 나갔다. 비가 와서 축축히 젖은 낙엽들은 더 무겁긴 하지만, 바삭바삭 바짝 마른 것들보다는 치우기가 더 용이한 것 같다. (또 힘없는 갈색으로 변해버린 마른 낙엽보다 그 색이 더 예쁘기도 하고... - 몇 개 또 주워 책 사이에 넣어 말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 꾹 참았다.) 내친김에 가위로 죽은 줄기들과 잎들을 쳐내기도 했다. 

“체험 삶의 현장 같네요.” “아직도 그 프로 하나?” “아마 종영되었을 거예요.” 아빠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그렇게 한참을 치우다 보니, 아주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꾹꾹 눌러 담은 낙엽들이 세 자루나 나온다.

그렇게 봉투들을 잘 묶어 한 곳에 놓고, 마지막 뒷정리를 하려고 뒤뜰에 놓인 커다란 비를 가지러 내려갔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건, 집 뒤 호수에 아름답게 피어 오른 하얗고 아스라한 물안개. 한참을 서서 홀린 듯 그 몽환적인 풍경을 쳐다보았다. 

또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가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순전히 선생님의 애창곡이라서 가르쳐 주셨던 것 같은데, 그때 어린 우리들은 뭣도 모르고 그저 따라 불렀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면서, 내가 수 년 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던 노래들을 떠올려봤다. Let there be love, The greatest love of all, Heal the world… 또 내가 콘서트를 다녀온 다음날, 한껏 들뜬 마음으로 들려주었던 김동률 노래라든지… 그 아이들도 이렇게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 노래들을 기억하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저런 기억들을 떠올리니 몸은 조금 고되었지만, 마음은 이내 훈훈해졌다. 또 가을과 아름답게 작별한 기분이 들기도, 잘 정돈된 마음으로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일은 귀여운 Adventskalender 첫 창문을 연다!)

아, 그런데 집 뒤뜰 낙엽은 또 언제 치우지..  


ii. 그렇게 Heal the world를 떠올리다가... 지금 세상은 가사에 어울리는 세상이 아닌 것 같아,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UNHCR에 보낸 후원금이 그동안 몇 명에게 따뜻한 텐트를 제공했을까 궁금해하기가 무색하게, 불가리아와 그리스 난민촌의 어두운 뉴스들을 접한다. 내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포기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긍정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 과연 올까.


iii. Assassin's creed 기대치 200%.


iv. 


덧글

  • 코토네 2016/11/30 21:59 # 답글

    저희집 주변에 아직 남아있는 낙엽도 빨리 치워야겠습니다. ㅇ<-<
  • iris 2016/12/03 00:05 #

    낙엽 치우는 일이 보통이 아니더라구요. ^^;; 힘내서 남은 낙엽 잘 치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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