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순간을 믿어요.


꽤 오랜 시간동안, (참 어리석게도) 영화 대사처럼 "...난 앞으로 내가 느낄 감정을 벌써 다 경험해 버린게 아닐까.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앞으로는 쭉, 내가 정말로 느꼈던 그 감정에서 좀 축소된 감정들만 느끼며, 그렇게 새로운 감정은 하나도 없게 되는 건 아닐까." 라고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은- 그렇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런 기대없이, 계획없이 떠난, 아직 가을이 그리 숙성되지 않은 곳에서 마주한 여러가지의 아름다움과 감동. 매일 꼭두새벽공기를 마시며 나섰던 길, 갑자기 원령공주나 토토로
가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 속에서, 또 돌의 정원에서, 이끼정원에서, 모래정원에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시야를 선물하는 건물 안에서- 머리로 배웠던 가치들보다 훨씬 더 깊고, 내게 절절히 와 닿는 아름다움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여행을 통해 얻고자 했던 답은 여전히 미궁이지만,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끝없이 이어지는 센본토리이 속을 걸으면서,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