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너른 대지와, 거의 영원에 가닿을 듯한 정적과, 깊은 바다 내음과, 거칠 것 없는 지표면을 휩쓰는 바람과, 그곳에 흐르는 독특한 시간성이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것이다. 그곳의 빛깔은 고대부터 줄곧 비바람을 맞아오면서 완성된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날씨의 변화나 조수 간만, 태양의 이동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카메라 렌즈로 도려내버리면, 혹은 과학적인 색채의 조합으로 번역해버리면 지금 눈앞에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되리라. 그곳에 있던 마음 같은 것이 거의 사라져버리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오래 제 눈으로 바라보고, 뇌리 깊숙이 새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덧없는 기억의 서랍에 담아 직접 어딘가로 옮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푸른 이끼와 온천이 있는 곳> 중. (아이슬란드)

...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거대한 메콩 강가에서> 중.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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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책을 읽는 동안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들이 많아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 감정들이 하루키가 말하는, (내겐 중요한) 인생 본질의 한 부분일 것 같다.

ii. 오랜만에 연락한 J는 노르웨이를 떠나 아이슬란드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때 마침 Olafur Arnalds가 share한 Made by Iceland 비디오를 보고 있어서 무척 놀랐었다.) 얼마 전 퇴근길에 northern lights를 직접 처음 봤다며, 꼭 놀러오라고 한다. 조만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 좋겠다.



덧글

  • Barde 2016/10/09 17:43 # 답글

    같은 책을 읽으셨군요. 저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여행지에(특히 구마모토에) 놀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iris 2016/10/10 19:15 #

    네. 흥미롭게 읽었어요. (역시 하루키는 에세이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구마모토도 가보고 싶더라고요. :) 소세키의 흔적도 찾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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