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rambling.



i. 이태리 v. 스페인 경기 후, 한 스페인 친구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자기는 catalan이니 스페인의 패배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ii. 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 정말 아프다는 생각 뿐이다. 정말이지, 일이 터질 때마다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마음이 서늘하다. 한참 우울해하다 Alain de Botton의 The Consolations of History를 읽고 그나마 위안(?)을 얻었다. 미디어의 목적과 인간의 본성과 역사의 반복성. (그러나 쇠퇴하고 있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 Events have been much worse before and things were, in the end, OK. People behaving very badly is a normal state of affairs. There have always been existential threats to the human race and civilisation. It makes no sense, and is a form of twisted narcissism, to imagine that our era has any kind of monopoly on idiocy and disaster. - excerpt from The Consolations of History

iii. 사실 이보다 더 마음을 따뜻하게 한 건, 먼 곳에서 온 친구의 연락이었다. 미친 세상을 함께 개탄하다, 또 주말과 월급날을 기다리는 우리네 애증의 현실을 한참 얘기하다- 문득 친구는 요즘 James Morrison을 부쩍 많이 듣고 있다며, 내게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었다.

순간 마음이 따스해지면서, 난 요즘 상식의 배반(Everything is obvious: once you know the answer)을 읽고 있지만, 다시 로맹 가리를 읽으려 한다고- 악마에게나마 팔 수 있는 영혼이라도 지키며 살고 싶다고 했다. (... The tragedy of Faust is not at all that he sold his soul to the Devil. The real tragedy is that there is no devil to buy your soul.- Promise at dawn, Romain Gary).. 그게 요즘 내 삶의 목표 아닌 목표라고 얘기하다- 이런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iv. Hedgehog in the Fog를 감명깊게 보아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우크라이나 Kiev에 이런게 있다는 걸 발견했다. (놀라는 표정과 꼭 쥐고 있는 라즈베리잼이 담긴 보자기가 일품.)



사진을 보고 다음엔 꼭 Kiev에 가야지. 다짐하면서 L'viv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곳을 혼자 가냐고 내게 물었던 M도, 장장 18시간 버스를 탔던 것도, 처음 보는 날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던 N과 N의 어머니도, 우크라이나 국영방송 9시 뉴스 인터뷰를 하고 TV에 나왔던 것도, 유로 개최 직후라 어딜가나 세브첸코 사진이 있었던 것도, 아침이면 조금 일찍 일어나 city center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많이 걸었던 것도, 동방정교회 성당에 들어가 맨 뒤에서 가만히 서서 기도했던 것도, 독특한 양식의 건물을 발견하고 과연 M도 이걸 본 적이 있었을까 궁금해했던 것도... 

비록 그때의 추억들과 마음과 꿈들이 지금은 너무나도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v. 여전히 책임질 수 없는 마음은 주고 받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vi.



아무튼 우리 모두-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덧글

  • 나녹 2016/06/30 00:29 # 답글

    고슴도치 귀엽네요. 세브첸코 때면 꽤 오래 전이군요. 사촌동생이 광팬이었어서 기억납니다.
  • iris 2016/06/30 15:37 #

    귀엽죠? :) 정면 사진을 보면 양손으로 보자기를 정말 꼭 붙잡고 있어요. (영화에서 잠시 잃어버렸던 트라우마가 컸던가 봐요.) 우크라이나에는 2012년에 다녀왔는데, 찾아보니 그해 세브첸코가 국대 은퇴를 했군요. (요즘은 국대 코치생활을 하나보네요.)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한 국민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듯 했어요. 포스터와 유니폼은 물론이고, 콜라병이나 아이스크림 등 어딜가나 그의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ㅎㅎ
  • 나녹 2016/06/30 22:37 #

    몇 년 안 됐네요-_-;; 저는 전성기때 다녀오신 줄 ㅎㅎ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