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rambling.



i. 아빠가 심으신 연꽃씨에서 싹이 올라오는 과정을 꾸준히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시고 계신다. 연꽃이 피어서 연못에 동동 떠있는 것만 봤지, 이렇게 씨에서 싹이 나고 길게 줄기가 나고, 또 물위로 잎이 올라오는 과정을 처음부터 간접적으로나마 보고있자니 정말 신기하다. (이 과정을 한 번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더욱더.) 또 얼마 전에는 아기 팬더가 태어나 100일동안 자라는 과정을 비디오 클립으로 접했다. 처음엔 작고 빨간 벌거숭이 두더지(?)같은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하얗게 털이 올라오고, 눈 주위와 몸의 일부분이 까맣게 변하는걸 보니 또 신기했다.


ii.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일상을 기록하지 않게 되었다. 유일하게 꾸준히 기록하는 것은 다녀온 공연과 셋리스트이다. 의식적으로라도 글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iii.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재생해놓았더니 Lou Reed의 Dirty Boulevard가 나온다. AP/IB 공부에 치여 지내다가도 기타 수업시간이면 생기를 찾고 오늘은 Mr. M이 어떤 곡을 가르쳐 주실까, 하고 기대했던 11학년 시절. 처음에 Dirty Boulevard를 배우며 신기해 했고, 흥겹게 Shakira의 Estoy aqui를 치기도 하고, Aura Lea를 연주 하면서 처연하게(?)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이렇게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잊고 있었던 수많은 노래와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때 크리스마스 앙상블 연주 시험을 위해 주말이면 같이 Jingle bell rock을 연습하고, 화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Ricky Martin의 She bangs를 재밌게 부르던 W는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난 기타 코드를 다 까먹었고, 그 시절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은 더이상 노래를 찾아 들을 여유가 없노라고 슬프게 고백한다.


iv. 언젠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피비를 보고 나를 떠올렸다고 했던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은 것 같다.   


v. 엄마는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시더니 그림을 뚝딱 그리셨다. 수년 전 이맘때쯤 찾았던 산티아고 대성당.


vi.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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