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dence. rambling.



i. 마음에 가시가 돋쳤을 때 말과 글을 아끼는 법을 터득하려 노력하고 있다. 마음이 까칠하면, 내 안에서 나오는 그 모든게 한없이 어둡기만 할터이니, 또 sleep on it, 하면 달리 보일지도 모르니... 하지만 그것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조리에 대한 '정당한 분노'일 때는 어떻게 표출하는 것이 최선인지 아직 모르겠다.


ii. 콘서트에 가서 보고 듣는 건 비단 performance 뿐만 아니라, 무대 위 performer가 소통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이 두 가지는 공통된 점이 있긴 하지만, 조금 다른 것 같다. 뭐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숱한 콘서트를 다니며, 많은 모습을 보게 된다. 관객을 위해 공연하는 이, 자기 자신을 위해 공연하는 이, 마침내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루고 있는 이,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위해 헌정하는 마음으로 공연하는 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공연으로 풀어내는 이, 의무적으로 공연하는 이 등등..
한 무대에서 여러 모습이 발현되기도 하지만, 그 중 유독 강하게 남기는 인상이 있고, 때로 내게 뮤지션은 그 소통방법/인상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의무적인' 모습 빼고는, 그 어떤 모습도 나름의 매력과 느껴지는 감동이 있는 것 같다.

지난 주에 다녀온 공연은 한 예술가가 치루는 '의식'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transcendence. 나같은 범재는 그저 감동하고, 황홀해 할 뿐이다.


iii. 할머니의 94번째 생신을 축하해드리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무소식이 희소식, 하며 무심한 나지만, 할머니에겐 하루가 멀다 하며 부모님에게 보다 더 자주 전화드리고 있다. 할머니는 내가 아는 여자 중 가장 부지런하시고 꼼꼼하시며, 강하신 분인데, 그런 할머니도 세월을 피해가시지 못하는 걸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존칭 사용이 익숙한 나는 할머니께 (다른 사촌이나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할머니, 나 맛있는 거 사줘~'하며 애교를 부리는 건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다. 다행히도(?) 할머니는 오히려 오래 전부터 '너는 참 애같지 않다/어른스럽다'며 날 예뻐해주시곤 하는데, 할머니는 종종 본인 손금과 내 손금이 비슷하다며 (-생각해보면 나의 지독히 독립적인 면모와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충성심/자존심/고집은 할머니를 닮은 것 같다-), '잘 사는 좋은 손금'이라고 하셨다. 그냥 웃으며 넘기지만, 그럴 때마다 어떤게 '잘 사는' 건지, 내가 앞으로 어떤 면으로 발전해야 '잘 살 수' 있는지 고민한다.

문득 그동안 지나온 날들을 잘 살아왔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주위에 누가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한다. 떠올리는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 누구나 나름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딱히 누군가를 부러워하게 되지도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려 한다. 또 '끝까지 다' 살아보지 않은 한, 무얼 말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참 열심히 살아오신 할머니의 손을 문득 바라보았다. 언젠가 엄마는 할머니의 주름 자글한 손을 기억하고 싶다며, 할머니의 두 손을 정성스레 스케치하셨다. 그야말로 정직하게 '잘 사신' 손일테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훨씬 더 많은 할머니를 위해 기도할 때면, 괜스레 숙연해진다.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건지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할머니처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v.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길을 걷는데, 엄마가 발걸음을 멈추고 낙엽을 주워 건네주셨다. 역시 난 엄마 딸이구나, 싶어 웃음이 났고, 건네받은 낙엽을 내가 이번 가을에 모은 다른 낙엽들과 함께 고이 책갈피에 끼워두었다.


v. 힘들 때면 장난스럽게 annie의 tomorrow를 불러주던 D.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마켓 소식을 전해와 내 몫의 글루바인까지 마셔달라고 청했다. 또 비틀즈의 here comes the sun을 보내주던 L. 그리고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을 보내온 또다른 L. 또 본인이 쓰신 책들을 기증하여 난민 구호기금을 마련하신다는 (내가 4년 째 흠모하는) Prof. S의 소식. 하루에 열두 번씩 좌절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아직 세상엔 사랑할 것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남아있는 것 같다.


vi.

vii.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