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고요하리라 - Romain Gary.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부패는 관료제의 중화제, 보잘것없지만 피할 길 없는 중화제야. ...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한 뇌물이 없었더라면 관료제가 팽창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했을거네. 부정 거래가 없었다면 관료제가 초래하는 정상적인 지연들이 체제를 무력하게 만들었을 거야. 부패는 모든 과잉의 대가야.

 ... 미쳐버린 관료제를 마주 대할 때 부패가 건강한 반사 행동이 되는, 대중의 방어 수단이 되는 순간이 있다고 나는 생각하네. 부패가 체제보다 더 정직해지는 순간 말이네. 오늘날 체제들은 방어 수단 없는 인간을 상대로 압도적인 힘을 갖게 되어-이건 모든 사회적 이상에 대한 배반이지-체제의 부패가 인간에게 열린 유일한 기회가 되었네.

... 사람들은 언제나 캐스팅을 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이 상상한 대로 배역을 배분하지.

... 난 점점 더 내 '확신'이 틀리는 걸 좋아하네.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고 싶기 때문이야. 내게 그 신뢰가 얼마나 필요한지 신은 아시겠지.

... 하지만 어떤 조직이건 결코 유럽이 될 수는 없을 것이네. 하나의 개념과 하나의 조직도에서 나온 인간적 조국의 예를 역사는 보여주지 않지. 내 눈에는 명백히 보이는 이 말로 마무리 짓고 싶네. 국가들에도 그렇고 인간들에게도 '유럽을 만들기' 위한 정신적, 도덕적, 영적 조건이 존재한다면 우린 유럽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말.... 왜냐하면 그 조건은 박애라고 불릴 것이기 때문이네.

... '역사의 가속'에는 놀라운 점이 있는데, 세상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이 현기증 나는 속도에 달리는 방향에 대한 통제가 없다는 점이네. 프랑스 승객의 눈먼 여행 속에 중대한 의문이 슬쩍 감춰졌지. 목적지에 대한 의문 말이네. 그 의문은 교통수단 내부의 물질적 안락에 대한 문제로 대체되었지. 

... 내가 예술이나 문학의 몫으로 생각하는 유일하게 성스러운 의무는 진짜 가치들을 좇는 것이네. ... 진짜 가치는 풍자와 패러디, 도발과 신랄함을 통한 이런 시험을 두려워할 일이 없지. ... 그들이 진짜라면 이런 신랄한 시련에 처해지는 것이 언제나 유리하지. 존엄은 불손을 금지하는 무엇이 아니네. 오히려 존엄의 진정성을 드러내려면 이 신랄함이 필요해.

... 우리는 과거에 죽지 않네. 이것이 얼마나 지극한 사실인지 내겐 내 '자아'만으로 충분하지 않네. 이 결핍이 나를 소설가로 만들었고, 나는 다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소설을 쓰지.

... 고상한 높이에서 도덕적 위대함으로 상대를 굽어볼 수 없는 순간들이 있네. 칼에는 칼로 대응해야 하지.

... 게임의 법칙은 서로의 완벽한 이해 속에서 여정의 동일 지점에서 출구를 찾는 것이지.

... 모든 인간은 마음 속으로 판단할 권리가 있다는 것. 우리 모두는 편견을 갖고 있잖나. 저마다 비밀스러운 공포증을 갖고 있고 비뚤어진 심리를 갖고 있지. 사회적 관계에서나 공화국이 우리에게 맡긴 직무를 이행하는 방식에서 그 편견이 실제 결과를 끌어내지 않는다는 절대적 조건이라면 이건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이지. 이건 민주주의 법칙 이상의 것으로 문명의 법칙이지.

... 다른 사람들의 살갗 속에도 있지 않으면 누구도 자기 살갗 속에 있지 못하네.

- 잡다한 요소들,러시아-아시아계, 유대인, 가톨릭신자, 프랑스인, 러시아어와 폴란드어를 말하면서 프랑스어와 영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 등, 이 잡다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자네라는 모자이크에서 어떤 요소가 자네에게 지배적인 기여를 하는 것 같나?
... 자네가 나열한 것 가운데 언급되지 않은 것,...

... 난 내 '잡다한 요소들'의 이름으로 드골을 보러 갔네. 그리고 그에게 말했네. "장군님, 옛날에 카멜레온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녀석을 초록색 위에 놓으니 초록색이 되었고, 파란색 위에 놓았더니 파란색으로 변했고, 초콜릿 위에 놓으니 초콜릿색으로 변했는데, 스코틀랜드 담요 위에 놓았더니 터져버렸습니다. 그러니 장군께서 '유대 민족'이라는 말로 의미하는 바에 대해 상세한 해명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서 출발해서 동일한 창작물을 만들 때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나?
... 인물들이 내 생각을 이끄는 대로 따라가지. 그들이 날 최면 걸도록 내버려두네. 다른 여러 삶을- 가능하다면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내 갈망 속에서 말이네.

... 나는 내 '혼혈성'에 나의 모든 문학적 뿌리를 내렸네. 난 잡종이고, 새롭고 독창적인 무언가에 도달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내 '잡종주의'에서 양분을 끌어낸다네. 

... 내가 소설을 시작하는 건 내가 있지 않은 곳으로 달려가기 위해서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러 가기 위해서고, 나를 떠나 다른 육체에 깃들기 위해서네. '다른 곳'을 찾는 다른 모든 방식이 내게는 큰 결핍이네.

... 상상력 없이 사랑은 아무 가망이 없어. 모든 것의 탈신화화 과정 역시 그런 경로를 거치지. ... 시의 몫 없이는 인간이 없기 때문이네. 상상의 몫 없이는, '랭보의 몫'이 없이는... 그건 사실주의의 지배가 아니라 제로의 지배지. ... 문명은 언제나 시적인 시도였지.

- 무엇이 부추겨 그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건가?
... 모르겠네. 난 늘 다른 곳에 무언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
- 뭐가?
... 모르겠네. 무언가, 누군가. 그것이 존재해서 찾기만 하면 된다는 느낌이 들어.
- 뭐가?
... 이보게 프랑수아. 그게 뭔지 안다면 벌써 오래전에 발견했을 테고, 더는 찾지도 않고 고통 받지도 않을 테지.
- 다른 곳, '다른 것', 다른 누구 말인가?
... 다른 곳, '다른 것', 다른 누구.

... 하지만 그건 '잃어버린 내 집'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네. 소설을 찾는 것이지. 세상을 떠도는 내 달음박질은 소설을, 다중의 삶을 좇는 것이네. 나의 '자아'로는 내게 충분하지 않아.

... 따라서 이건 결코 현실 밖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세상과 삶의 정복과 탐험을 위한 출발이네. 비난받을 일 없는 정복 말이네. ... 그러니 형이학적 불안을 말하기란 어렵네. 이건 사람에 대한 극심한 갈증이니까.

... 중요한 것은 ... 손상 입은 주관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우리가 동원하는 논거들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타당하냐는 것이지. 자네가 내 '자아'에 던지는 모든 적절한 규탄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을 하나의 신조에 동조하도록 부추길 수 있는 내밀하고 불순하고 어두운 이유들이 꼭 올바르고 변호될 만한 이유가 되지 못하는 건 아니네.

- 자네가 삶과 맺는 관계에는 어떤 탐욕이 있네. 그 욕망의 수많은 발현을 좇는 성향이 있어 삶을 향한 자네의 사랑을 진짜 호색 기질이라 말할 수 있게 해주지. 세상을 가로지르는 자네의 숱한 달음박질 추격은 불안을 닮았네. 삶의 새로운 맛이,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맛이 자네에게서 달아나는 걸 느끼는 불안 말이네. 거기엔 삶에 대한 정복 의지가, 모든 삶에 대한 정복 의지가 있지. 그리고 자네 소설 속 모든 인물은 자네의 파견된 몸들이지.
... 하지만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지. 내가 하듯이 타인의 삶을 살려는 이 의지, 그 수많은 경험을 받아들이고 함께 나누려는 이 의지가 박애라고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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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박애'라고 정의한, 로맹 가리의 로맹 가리에 대한, 자가 인터뷰.

랭보의 몫을 간직한 채, 삶을 향해 달음박질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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