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ha. 순간을 믿어요.




떠나는 날, 조퇴 후 막바지에 짐을 싸면서 각종 생각에 몇번이나 눈물을 훔쳤다. 그에 이내 나른해진 몸으로 비행기에 올랐지만, 머릿속으로는 또 바쁘게 4개의 다른 time zone들을 계산하며 내가 어딨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떠올리고 정신줄을 붙들어 매야했다.



하와이에 도착하자 날 반긴건 운전기사분의 알로하~ 인사와 lei. 덕분에 장시간의 비행과 피곤에 절어있는 내게 하루종일 아주 진한 이국적 꽃향기가 났다. (팁을 드리려고 돈을 쥐고 앉아있는데, 다른 분이 타신 후 차가 출발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도미니카공화국을 연상케했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한인교회들. 어딜가나 교회수가 참 많다고 느끼며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뿌리다가, 유럽 곳곳의 수많은 성당을 매번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찾았던 것이 떠올라, 나의 이중잣대를 반성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국적인 길이름과 자연을 뒤로하고, 내 눈에는 어지럽고 제멋대로 개발된 도시(?)풍경이 먼저 보였다. 그 어색함이 불편해 원주민들의 문화와 생활터에 난입했던 누군가를 무의미하게 원망했다. (아니, 그들이 아니었다면 아름다운 저 외딴섬으로 결혼식을 보러올 일이 없었을테니 감사해야하는건가...)





어디나 그렇듯 고급호텔지구에 진입하자 갑자기 주위 풍경이 화려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깨끗한 거리와 웅장한 건물들, 잘 정비된 도로와 고급상점들... 이멜다가 구두 쇼핑을 하러 찾았다는 곳들... '돈'의 위대함이란... 인간의 욕망이란... 잠시 마음이 슬퍼졌다. 체크인하기 전, 호텔이 '소유'한 바다의 일부분에 앉아 멍하니 있다 몽상에 빠졌다.





살랑살랑 기분좋은 바닷바람에 몸이 늘어지는 것 같아, 피곤함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섰다. 혼자 일정이 어긋난건 어쩔 수 없었지만 사실 내심 바라던 일이기도 했다.

혼자 여행할 시간을 갖는 것.


복합적인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엔 결정적인 이유 하나로 참 힘들었던 요즘. 나에겐 숨쉴 기회가 절실했다. 그렇게 허니문 중인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 혼자 한적한 곳에 들어서 이국적인 야생화들과 고목들, 야자수. 그리고 멀리 보이는 활화산을 감상했다.




한참을 정처없이 걷다 배가 고파져, 시칠리안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Zagat rated. 미식가의 'ㅁ'도 언급하기 민망한 나지만, 오늘은 어쩐지 정말 맛있는 걸 먹고싶었다. 이왕 기분내기로 했으니... Spritz를 시켜놓고 베니스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함께했던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라자냐를 시켰다. 라자냐는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한 후 조금 예민하셨던) 옆집 이태리 아주머니 마릴레나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세배는 더 맛있었다. 



Spritz 몇 모금에 약간 취기가 올라오고- 정말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앞 거리에서 어떤 아저씨가 횃불을 들고 다니며 하나하나 거리조명에 불을 붙이시는 모습을 보니, 뭉클함이 절정에 다다랐다. 아름다운 광경에 눈물이 핑 돌았고, 혼자 상상해왔던 전혜린이 말한 뮌헨의 레몬빛 가스등을 생각하며, 그 풍경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이래저래 마음이 아려왔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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