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저편에. cinema paradiso.




옴니버스 영화였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보다 부분부분이 더 마음에 남고, 더 좋았다. 여운과 잔상을 남기는 대사와 장면들.



예전에 재개발을 이유로 문을 닫는 갤러리를 마지막으로 다녀왔던게 갑자기 떠올랐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유명한 사진전은 한참 앉아서 작가의 일생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챙겨보고, 팸플릿도 꼼꼼히 읽어보고... 분명 그대로도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쩐일인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것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갤러리의 전체보다, 건물의 façade보다, 사진전보다, 사진보다- .. 벽의 한 부분이었다. 19세기에 지어진 건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용도를 달리했는데, 아마 그 때마다 수없이 덧발렸을 페인트가 또 까지고 해져서... 그걸 사진전보다 더 오래 보고 왔다. 저 뒤엔 또 뭐가,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자연스레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저 작은 부분이, 그 자체로 '전시'되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작위적인 것은 늘 불편하다.) 영화가 남겨준 작은 부분부분을 곱씹다 저 벽을 문득 떠올렸다.





(방금 갤러리의 현황이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어느 후기(http://www.slowtravelberlin.com/farewell-to-co-berlin-at-postfuhramt/)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세상에, 이 사람도 나랑 똑같은 부분에서 감명을 받고 똑같은(!!!!) 부분의 사진을 찍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부분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어느 계단을 올라가는 길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순간 소름? 전율?이 일었다.) 생면부지의 누군가와 이렇게 같은 것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갖고, 감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역시 인생은 참 흥미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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