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두 번은 없다 - Wisława Szymborska.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목록.


질문 목록을 만들어보았다.
솔직히 답변을 기대하진 않는다.
대답을 듣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거나,
아니면 그 대답을 이해할 여력이 내게는 부족하므로,

질문 목록은 매우 길며,
중요한 사안과 덜 중요한 사안을 포함하고 있다.
당신들을 따분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에
몇 가지만 발표하겠다.

무엇이 진실이었는가,
행성, 혹은 행성의 대체 공간에 마련된
이 공연장에서,
입장권과 퇴장권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내 비록 생생하게 현존하는 다른 세상들과
비교할 수 있을 때를 놓쳐버렸지만
아무튼 이렇게 버젓이 살아 있는
현실 속의 이 세상은 어떠한가,

내일자 신문에는
무엇이 씌여 있을까,

전쟁은 언제 끝나며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까,

내게서 훔쳐간 - 내가 잃어버렸던
소중한 반지는
누구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을까,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의지를 위한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

이 열명의 사람들은 또 어떤가 -
우리는 정말로 아는 사이였을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M이 내게 애써 말하려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나는 왜 옳은 것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옳지 않은 것을 선택했을까,
더 이상 혼동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내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잠들기 직전에 끼적였던
몇몇 질문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나니
글씨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때로 나는 의심을 품곤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타당한 기호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 질문들 또한
언젠가는 나를 버리고 홀연히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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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 데 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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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비 오는 여름날, 쉼보르스카의 시를 많이 찾아 읽었었다. '두 번은 없다'는 것이 현재에 좀 더 무게감을 더했는지, 아니면 덜어버렸는지... 존재하기 때문에 사라지고,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읽을 때마다 그때그때 편한대로 해석을 해버리게 된다. 두 번은 없기 때문에, 는 양날의 검이다. 두 번은 없기 때문에- 한없이 가벼울 수도, 한없이 무거울 수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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