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ㆍ여름 - Albert Camus.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도, 이 세계도 아니다. 다만 세계로부터 나에게로 사랑이 태어나 이어지게 하는 저 화합과 침묵이 중요할 따름이다.


... 나는 한 번도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거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내가 세계 속에 현존하고 있음을 이토록 절실히 느껴본 적이 없다. 


... 포기와는 아무런 공통성이 없는 거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 내 마음속에서 그토록 많은 매듭들을 풀어주다니 도대체 [그 곳]의 그 덧없는 저녁은 그 무슨 비길 데 없는 것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 저녁들이 내 입술 위에 남겨놓은 그 감미로움은 미처 그것을 만끽할 사이도 없이 어느새 밤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것의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힘의 비결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인가? 그 감미로움은 가슴을 뒤흔들어놓는 것이면서도 덧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감미로움이 여기 머무는 순간에는, 적어도 나의 마음은 송두리째 거기에 몰입할 수 있다.


... 건물을 가지고 판단한다면 그 미덕은 세 가지다. 취미의 대담성, 폭력에의 사랑, 그리고 역사적인 종합의 감각이다. ...오랑의 모든 모뉴먼트들의 교훈과 오랑 자체의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그 끈기는 하루에 한 시간, 어쩌다가 한 번씩, 사람들로 하여금 중요성이 없는 것에 주의를 돌리도록 강요한다. 정신은 이러한 것의 반복에서 얻을 바를 발견한다. 그것이 정신에는 얼마간의 위생이 되는 것이다. 또 정신에는 겸허의 순간들이 절대로 필요한 만큼 이렇게 미련해지는 기회가 어느 기회들보다도 더 귀중해 보인다. 소멸되기 마련인 것은 어느 것이나 다 영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모든 것이 다 영속되기를 바란다고 해두자. ... 이 점에서 카인의 사자들은 앙코르의 유적들과 똑같은 기회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하고 보니 겸허해질 수 밖에.


... 그러나 적어도 인간은 그의 운명에 대하여 그가 지니는 인식에 있어서 한 번도 그치지 않고 발전해왔음을 믿는다. 우리는 인간조건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인간조건을 보다 잘 알게 되었다. ... 우리는 찢어진 것을 다시 꿰매야 하고 이토록 명백하게 부당한 세계 속에서 정의가 상상 가능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하며 이 세기의 불행에 중독된 민중들에게 행복이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초인적인 책무다.


...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의 위협 앞에서, 자기에게는 오직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은 안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단 한가지 우월성 외에는 그 어떤 우월성도 없다고 했다. 그 여러 세기 동안에 가장 모범적이었다는 삶과 사상이 이렇게 스스로의 무지에 대한 자랑스러운 고백으로 끝맺고 있다.


... 현대 철학은 가치를 행동의 끝에다 위치시킨다. 제반 가치들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져간다. 우리는 오직 역사가 완결될 때 가서야 비로소 그 가치들의 전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아름다움은 인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우리는 우리 시대의 불행 속에서 시대를 따름으로써만 비로소 이 시대에 그 나름의 위대함과 의연함을 부여할 수 있다.


... 게다가 침묵조차도, 두 눈이 말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 역사의 화상이 견딜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그들은 그것을 이해하고자 하기 때문에 결국은 그것을 견디어내게 된다. 비록 어두운 것일지라도 우리가 성취하는 과업의 한가운데에는 오늘 들과 산들에 걸쳐 절규하는 그것과 똑같은 어떤 굴복할 줄 모르는 태양이 빛나고 있다.


... 평화란 침묵 속에서 사랑하고 창조하는 일일 텐데 말이다.


... 사실 나는 잊어버렸다. 이후로는 능동적이며 귀머거리가 되리니. 그러나 아마도 어느 날엔가 우리가 기진하여 피로와 무지로 하여 죽을 차비를 하게 될 때엔 나는 떠들썩한 우리들의 묘지를 버리고 그 골짜기 속 바로 그 빛 아래로 찾아가 누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한 번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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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ed-noir였던 그의 알제리와 바다(지중해)와 자연에 대한 끝없는 고백. 
절도와 중용, 또 변함없으면서도 덧없는 사랑의 필요성을 말하는... 

또 많은 것들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못했던 이방인. 


ii. 시간이 지나도 아마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훗날에는... 이십대를 장악했던 깊이 없는 심각함을 부끄럽게 추억하며, 덧없지만 아름다운 것에 대해 좀 더 기쁘게 얘기 할 수 있을까...


iii. 알제리에 꼭 가보고 싶다.


iv. http://www.nybooks.com/articles/archives/2013/nov/07/camus-and-algeria-moral-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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