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 Daniel Pennac.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밖에는 추적추적 가을 가랑비가 흩뿌렸다 (그렇다. 좀더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면야, 축축한 안개비, 한 번도 갈아주지 않은 수족관의 물처럼 희뿌연 새벽빛 따위에 굳이 인색을 떨 필요는 없잖은가).


... 모든 독서는 저마다 무언가에 대한 저항 행위다. 그리고 그 무언가란, 다름 아닌 우리가 처한 온갖 우연한 상황이다.
-사회적 상황 - 직업적 상황 - 심리적 상황 - 환경적 상황 - 가족 상황 - 가정 형편 - 집단적 상황 - 병리적 상황 - 경제적 상황 -사상적 상황 -문화적 상황 -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아성에만 갇혀 있는 자아 중심적 상황.


... 그런 순간의 침묵은 우리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 책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버거워 일체의 언급 사절이 차라리 속 편한 피신처로 여겨지는 것이다. 


... 그런가 하면 때론 또 다른 경악에 돌연 말문을 잃기도 한다. 나를 이렇게 뒤흔들어놓은 책이 어째서 여지껏 세상의 판도는 조금도 바꿔놓지 못했는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악령'을 쓴 지가 언제인데 어떻게 우리들의 세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예전의 모습 그대로라는 말인가? ... 책은 우리의 의식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악화일로로 치닫는 세상을 그대로 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침묵한다.


... 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자리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독서는 인간의 운명에 대하여 어떤 명쾌한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삶과 인간 사이에 촘촘한 그물망 하나를 은밀히 공모하여 얽어놓을 뿐이다. 그 작고 은밀한 얼개들은 삶의 비극적인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살아간다는 것의 역설적인 행복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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