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현상학, 풍경 그리고 건축 - 이종관.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이론 간 소통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문성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 이러한 기초적인 단계에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당 이론 간 융합은 가장 결정적인 차이나 모순을 품고 단순한 접합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 (자하 하디드 관련) ... 공간은 그 자체로는 빈 상태가 아니다. 또 힘도 그 공간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 안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여 이 설계안에는 공간, 에너지 그리고 물질의 직접적인 관계가 상정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작품에서 중력은 빈 관성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방향을 갖고 있는 역학의 영역으로 형태를 뒤틀면서 동적으로 배열한다. ... 이렇게 공간 전체가 상대적 속도와 그에 따른 공간의 변형을 실현한다.


... 집합 구성의 근본적 조건은 원소들이라기보다는 법칙이다. ...집합 형성의 근본 조건은 개체성을 갖는 원소들이 아니라 원소들의 개체성에 관계하는 외적인 법칙이라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 사물이 형태적으로 지각되어 객관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나타나는 것은 현존재가 이러한 사물과의 근원적 관계로부터 떨어져 나와 거리를 취할 때이다.


..."... 감추어진 것이, 안개처럼 모호한 것이 직접적으로 지각되는 것보다 더 실재적이다."

... 하이데거에 따르면, 어떤 것이 바로 그 본연의 지속적인 모습, 즉 본질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그 본질이 감추어지고 은닉되며 보살펴져야 한다. 예컨대 불씨는 자기 본연의 지속적인 모습인 불타오름으로 드러나기 위해서 타오름에 완전히 자신을 내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불씨는 다른 한편으로 그렇게 드러나는 것으로부터 물러서서 자신 속으로 숨어들어 간직되고 보호되어야만 지속적으로 타오를 수 있다.


... 떨어지는 달빛을 머금은 듯 발그레 빛나는 프라하의 가로등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그 조명이 연속적이지 않다. 그 것은 옛 사랑의 그림자처럼 대지를 은은하게 감아 안듯 아련하게 빛난다. 이 아련한 빛에 의해 어슴프레 밝혀진 지대와 어둠에 묻힌 지대는 적절한 리듬으로 엇갈리며 자신을 드러낸다. 


... 그렇다면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방역과 총체적 계열화의 장을 떠나 왜 이러한 곳으로 오는가? ... 바로 그곳의 풍경이 그들을 그곳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다.  ... 그런데 풍경은 어떤 차원인가? 그것은 시적 차원이다. 인간이 본래 자신의 거주방식인 시적 차원으로 돌아올 때, 추상적 공간과 방역이 탄생한 그 근원적인 터, 풍경이 열린다. 따라서 우선 대체로 관광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횔덜린이 말한 인간존재의 바로 그 본연적 차원, 인간이 시적으로 사는 그 장소로 돌아오는 길이다. ...따라서 관광객은 순례자이다. ... 하늘과 땅과 죽을 운명의 인간과 신성함이 서로 겹쳐들며 일어나는 풍경 속으로, 바로 그 아우라로 잠시나마 귀향하기 위한 순례를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 오직 우리를 시적 차원으로 귀환시키는 아우라가 피어오르는 도시만이 관광객을 사로잡을 수가 있다.

... 풍경의 의미는 그곳에 실존하는 자가 자기실존의 고유 영역으로 돌아올 때 이렇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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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강조되는 융/복합, 또 통섭의 전제조건과 맥락의 중요성.


ii. 장소적 의미로 보았을 때 전혀 낯선 곳일지라도 귀향한 듯한 느낌을 받고, 반면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도 고향상실의 기분을 느끼는데에는 이런 이유가 한 몫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존재의 뿌리를 내리고 싶은 곳은 내 자신의 실존 고유 영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곳이다.


iii. 정말 다양한 주제와 분야를 아우르는 책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 특히 물리학 관련은.....). 분야간 심층횡단의 중요성을 부각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 구축되는 관계와 연속성. -시적 경제에 대한 제안은 정말 흥미로웠다.


iv. 자하 하디드의 저러한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면 DDP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 (그런데 이유있는 반감은 여전하다.)



(목차: 

1부 - 건축에서 현상학으로

1. 문을 열며
2. 융합, 통섭 그리고 심층횡단
-융합 개념의 기원과 전망
-통섭
-리좀과 횡단
- 학문 간 심층횡단로 제시
3. 심층횡단의 감행 : 건축과 철학의 심층횡단로 개척
-현대 건축의 근본 가정 발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근본 가정과 타당성 근거 : 심층횡단 노드의 발견
4. 하이데거의 공간론을 향한 심층횡단
-후설에서 하이데거로
-근대 공간의 해체 : [존재와 시간]에서 하이데거의 공간론
-언어에 대한 시적 접근을 통한 공간론

2부 - 현상학에서 건축으로

5. 현상학으로부터 건축현상학으로의 심층횡단
-풍경의 시학적 구조
-풍경, 거주지 그리고 건축
6. 풍경과 거주지의 역사 - 고대에서 바로크까지 그 본질적 특성
-고대
-중세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
7. 풍경과 도시 - 도시의 현상학
-로마, 영원한 전원도시
-프라하, 그리움의 도시
-현대도시와 풍경

3부 - 건축에서 미래로

8. 미래도시 비전 유-시티
-유-시티의 개념과 내용
-유-시티의 전제를 향한 심층추적 : 첨단기술과 현상학
-유-시티로부터 풍경으로의 횡단 : 하이퍼기능주의, 포스트휴먼 그리고 풍경
9. 디자인 시티를 넘어 심포이에틱 시티를 향하여
-유-시티와 디자인 시티
-디자인 시티의 추세와 문제점 : 서울을 중심으로
-관광도시를 향한 디자인 시티의 열망
-풍경의 도시와 욕망의 도시
-서울의 미래 : 유-시티와 디자인 시티를 넘어 심포이에틱 시티로

맺음말 혹은 보론 - 경제위기와 풍경현상학
-월스트리트 발 절망
-디지털 스페이스의 출현과 위험기반 경제를 향한 도정
-시적 경제를 향하여 뉴욕의 절망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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