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기억. rambling.


i. '밥 먹었니' '밥 먹자' '무엇이 먹고 싶니'- 집에 온 후로 가족들은 내가 혼자 떨어져 생활하는 동안, 잘 먹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에 매 끼니에 정성과 의미를 두신다. 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약속은 늘 식사모임을 동반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먹는 일'에 생각보다 여러모로 많은 투자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무엇이 먹고 싶니'하는 질문에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pad thai와 순두부 찌개 조차도.) 미식가가 아닌 점을 감안해도 오랜만에 먹고 싶었던게 있을 법 한데, 글쎄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글쎄요. 딱히...' '음, 아무거나...' 라는 식의 민숭민숭한 대답 뿐. 물론 원할 때 맛있는 김치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고,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은 후에도 풍기는 냄새에 크게 연연하지도 않아도 되는 것은 역시 편하다. 또 살던 곳이 생선이 나름 귀했었기에, 부모님께서 활어회와 매운탕을 사주셨을 때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엔 왠일로 문득 라자냐가 무척 먹고 싶었다. 그래서 동네 피자집에 전화를 걸어 라자냐 하나를 주문했다. 배달비와 팁까지 14불. 잔뜩 기대를 하며 먹었지만 나름 맛있긴 해도 내가 원하던 맛이 아니었다.

문득 어렸을 때 읽었던 뮌헨의 노란 민들레가 떠올랐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뮌헨에 살게 된 작가가 고국이 그리워 민들레로 나물을 무쳐먹었다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라자냐를 시켜 먹었던 건 비슷한 맥락에서였을까.

이태리로 배낭 여행을 떠났을 때, 꽤 지쳐있었고 배가 많이 고팠다. 두리번 거리며 식당을 찾다 밀라노 대성당에서 두 블럭 쯤 떨어진 작은 동네 식당에 들어갔다. 라자냐는 단돈 5유로. 배고픔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굉장히 맛있게, 작은 양에 아쉬워하며 잘 먹었었다.


또- 서양 친구들에게 저녁 초대를 받았을 때 제일 자주 먹었던 음식은 단연 파스타였다. 학생 기숙사에 살면서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할 때, 상대적으로 손쉽고 값싸게 준비할 수 있었던 음식. 파스타의 세계가 그토록 다양하다는 걸 배웠었고, 또 언젠가 내가 마트에서 준비되어 있는 토마토소스를 샀을 때 깜짝 놀라며 날 말리던 이태리 친구들도 생각난다. 그래서 그들과 식사 준비를 할 때면 나는 말없이 방울토마토를 썰며, 소스를 만드는 법을 배웠었다. 


단연컨대, 어제 난 라자냐 그 음식 자체보다 그 추억과 기억들이 그리웠던 것 같다. 다만 내겐 '고국'이 아닌, 그 '인연'들과의 추억들과 그에 대한 그리움이었을테다.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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