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르게 화를 내는 방법. rambling.



i. 워낙 잘 웃고, 또 나름 평화주의자이기도 하고, 성격상 싫은 소리를 잘 못하긴 한다. 그리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karma, 인과응보의 개념에 기대어, 왠만하면 그냥 넘기는 편이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너도 속상하거나, 화가 나거나, 피곤하거나, 누굴 미워할 수 있니?'라는 질문을 여러번 들었다. 아니, 나도 사람인데 당연하지 않은가... 몇몇 친구들은 나를 (동양에서 온 영향도 있겠고) 부처(...)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이런 얘기와 질문을 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아서 이유를 나름 분석해보았다.

- 귀차니즘: karma/인과응보/what comes around goes around의 개념을 믿는 쪽이 더 강하긴 하다만, 화가 났을 때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하나의 일처럼 느껴진다. 내가 그냥 한번 참고 넘기면 되겠지, 하고 let it go하는게 대부분. 특히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게 없을 때는 더욱더.

- short-term memory: 어지간히 큰 일이 아니고서는 자잘한 일들은 금방 까먹는다. 화가 났다가도 하룻밤 자고나면 90% 까먹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또 그냥 한번 참고 넘기면 되겠지, 한다.

- 화풀이: 화풀이/위로의 방법들의 효과가 좋다. 잠자기, 책 읽기, 영화보기, 노래 듣기. (요즘은 라디오헤드의 'my iron lung'을 선호한다. 'the bends'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ㅠ_ㅠ) - 그러고보니 한 친구가 아주 아주 불편한 상황에서 분노를 삼키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reservoir dogs'을 보았다고 했다. 그 친구의 화풀이용 영화는 타란티노이다. 

- 화내는 방법을 모른다: 이건 친구들의 질문과 관련이 있다. 나도 분명히 속상하고, 화가 나고, 피곤하고, 누군가가 밉겠다만, 내 감정 표출/표현이 'not good enough'해서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다. (아니면 꽤 감성적인 나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도 뭔가 드라마틱하게 표출/표현할꺼라고 생각하는건가...) 


아마 한잠 자고 나면- 내가 이 글을 왜 썼나 싶겠고, 아마 지우고 싶겠다만, 일단은 이 글로 지금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올바르게 화를 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내가 가장 멀리하는 자기계발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려나. 이건 분명 고치고 싶은 내 약점이다.


ii. 친구의 집에 점심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무엇을 사갈까 하다, 대신 오꼬노미야끼 비슷한 부침개를 만들어 갔다. 그런데 재료가 마땅하지 않아 대충 흉내만 내서 갔는데, 친구들이 너무너무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리고 요리법을 물어봐서 난처했다. 이건 나의 또다른 '무국적 요리'인 것이다. 자취 생활이 길어질수록 본적(本籍)없는 요리들만 늘어난다.



(2013. 3. 18 일기 중.)

- 아침에는 sauerkraut으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김치 없는 김치찌개. 점심에는 cordon bleu가 먹고 싶어 대충 있는 재료로 엇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또 각 나라에서 온 친구들의 음식을 먹어보고, 내 방식대로 따라해본다. 루시드 폴의 소설 제목마냥 '무국적 요리'인 것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나에게 달려있다.


iii. perpetually disappointed but eternally hopeful. (or the other way around..)


iv.






덧글

  • 떠리 2013/07/17 11:27 # 답글

    화낼데가 없다능...
  • iris 2013/07/17 21:14 #

    안녕하세요- 음, 화낼데는 아마 화가 난 대상이겠죠? ^^;; 그런데 위의 이유들로 쉽지가 않네요.
  • 국화 2013/07/17 12:54 # 답글

    우리 톰요크오빠는 참 저때나 지금이나 넘 멋있어요
  • iris 2013/07/17 21:15 #

    그쵸! 저는 ed o'brien도 참 좋아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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