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e Compostela. 순간을 믿어요.

                                                               March, 2011.

Spain: Camino de Santiago de Compostela : English way.


----------------------------------------------



(2011. 4. 14 일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route는 여러가지가 있다그 중 조금 보편적인 길들을 택하게 되면성 야곱과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개 모양의 post가 군데군데에서 나타나 친절하게 길잡이를 해준다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을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걷다가도 이 post가 짠하고 나타나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고힘이 불끈 솟았다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길을 걷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추고 이 post에 돌을 하나씩 올려 놓는 나름의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어떤 post에는 돌무더기가 있는 반면에돌이 하나도 놓여 있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돌을 올려 놓는 내 마음은 다양했다올려 놓으며 소원 등을 비는 민간 풍속을 따르는 비스무리한 마음도 있었고아무런 돌이 얹혀져 있지 않은 post가 조금 쓸쓸해(?) 보여 하나 올려주고픈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 제일 컸던 마음은 나도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는 거였다끝이 보이지 않는 길외롭게 길을 걷다가 이 post와 그 위에 올려진 돌들을 보면 힘과 용기가 났다. ‘앞서서 나도 이 길을 걸었단다맞는 길로 잘 가고 있어.’라고 따뜻하게 말을 해주는 것 같아 많이 고마웠다내게 확신을 건네주고막연하지만 함께라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던.

 

 

손 안에 시간이 늘어나면 사색을 가장한 잡생각도 함께 커지게 된다내 속이 훤히 들어다보이는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가끔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어 불안해진다언젠가 학생들의 질문에 네 안을 계속 파고 들어가다 보면 진정한 답이 나올꺼야오롯이 네 자신을 (그리고 신을믿어.’라고 주제넘은 조언을 해 줬던 생각이 나서 조금 마음이 황량해 지기도 한다그 진정한 답을 찾았어도 어쩔 수 없는 의구심과 불확신함이 고개 드는 것은 그것이 진정한’ 답이 아니기 때문일까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어하는 못난 성격의 일부분과 나약함 때문일까아니면 완벽한 확신을 지어주는 것은 내 몫이혹은 인간의 몫이아닌걸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밀도 높은 삶이 숙제가 되어버린 요즘기적같이 곳곳에 저 post가 짠하고 나타나줬으면 하는 어리석은 바람이다. 내게도, 다른 누군가에게도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


(2012. 9. 22 일기)

지난 사진첩들을 보는데 '아, 내가 이런 곳에 갔었지.'하고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이 많았다. 그것들은 대부분 크고 웅장했던 성당 등의 건물들이었는데, 개중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명성과 가치를 뽐내는 것들도 많았다. 분명 당시엔 건축의 미와 오래전 인간이 일구어 낸 걸작 앞에서 (순간일지라도) 일종의 경외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여지껏 감사하게도 참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것을 보았지만-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엔 화려하고 멋진, 그 크기만으로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고딕 양식의 성당들은 거의 없다. 그보다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건 colmar에서 맛있는 과자를 건네 주었던 과자점 주인과 sacre coeur 성당 앞에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하프로 연주하던 할아버지 (음, 그리고 지금은 얼굴이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무튼 참 잘생겼었던 성당 안의 한 프랑스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이 순례길 역시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을 걸었을 때, 참으로 웅장하고 엄청났던 산티아고 대성당보다도 근처 작은 수도원에서 운영하던 성당에서 울려퍼지던 수사님들의 그레고리안 성가이다.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유산은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닌 것들을 계승, 보존시키려 하고, 유럽 건축물들에 집중되어 있는 현 리스트를 다양화 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글쎄, 결국 그마저도 political interest나 scheme에서 결코 멀어질 수 없고, 난 언제나 그 앞에서 갈등하고 (이 세상 거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본질을 잃어가고 퇴색하는 이념이 슬프다. 인류가 보호하고 후세에게 남겨줘야 할 진정한 outstanding universal value란?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