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 Luise Rinser.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우리는 너무 익은 마지막 산딸기를 따기 위해 산허리를 종종 돌아다녔다이것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하지 않던 일이었던가?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전나무숲 밑의 젖은 이끼 냄새버섯 냄새음푹 파인 길의 진흙 냄새맑은 공기 속 높은 데서 우는 새소리수평으로 펼쳐져 있는 거미줄고 그 위에 똑바로 대열짓고 있는 이슬방울늪 위의 연기 냄새가 나는 파란 안개그리고 점심때는 낙엽의 부드럽고 고르게 떨어지는 소리우리를 꼼짝도 안 하고 보고 있는 다람쥐 새끼의 반짝거리는 눈숲 속의 길을 재빨리 굴러가고 있는 고슴도치-

나의 정신은 용해되고 응고의 낙인은 나로부터 떨어져 나갔다나는 산다나는 산다백배나 더.



 

.. 아그렇게 많은 것을 좋아해뭐든지 다.

그리고 이 지독히도 저주스러운 생을.




.. 나는 살고 싶어요생의 전부를 사랑해요.

그렇지만 나의 이런 마음을 당신은 이해 못하실 거예요당신은 한번도 살아 본 적이 없으니까요당신은 생을 피해 갔어요당신은 한 번도 위험을 무릅쓴 일이 없어요그래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잃기만 했어요.




.. 당신이 그럼 행복하시나요당신은 행복하지 않아요행복이 도대체 무엇인지도 모르세요그러나 나는 알아요그리고 나는 당신이 내 생을 당신 것과 꼭 같은 것으로일요일을 망쳐 버리는 딱딱하고 힘든 숙제 같은 걸로 만드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어요나를 얼마든지 경박하다고 생각하세요생에 대한 당신의 공포가 어쩌면 생을 사랑하는 나의 태도보다도 경박할지 몰라요.




.. 나는 살려져 있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삽니다.




.. 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끝을 갖고 있지 않다.

결혼도 끝이 아니고죽음도 다만 가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생은 계속해서 흐른다모든 것은 그처럼 복잡하고 무질서하다생은 아무런 논리도 없이 이 모든것을 즉홍한다그 중에서 우리는 한 조각을 끌어내서 뚜렷한 조그마한 계획하에 설계를 한다포즈를 취한 사진이다극장에서처럼 차례로 진행된다모두가 그렇게 쓰이고 있다나는 그렇게 모든 것을 간단하게 해버리는 인간이 싫다모든것은 이처럼 무섭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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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는 전혜린이었다. 

삶을 지독히도 사랑했지만,그 삶을 저버린 전혜린씨는 쓸쓸했던 걸까.

아니면 그녀만큼 열정을 품지 못한, 인생을 간단히 치부해버리는 주위를 못 견뎠던 걸까.


니나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살라"고 저렇게 외치고 있는데..  그 패러독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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