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ugal. 순간을 믿어요.

Winter, 2006.

Lisbon - Fatima - Sintra - Cabo da Roca - Lis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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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21 일기)

.. 한 교실에 있는 포스터는 리스본의 노란 트램과 그 풍경이다. 덕분에 매일 볼 때 마다 마음이 저릿저릿. 아릿아릿. 

그리고 오늘은 덤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를 걷고 싶다는 학생의 나눔 일기. (게다가 본인의 생일이 7월 24일이란다!)

 

12월, 바닥을 가득 메웠던 노란 은행잎들에 취해있었던 시간.

황홀함과 상쾌함. 비가 내렸던 시간, 비가 맑게 개던 순간.

빨간 지붕들. 산타후스타 엘레베이터. pasteis de Belem. 제로니모 수도원. 파인애플 박아놓은 듯한 나무들. 군밤. 나를 숨막히게 한 발견의 탑. Cabo da Roca. 바다. 대항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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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7 일기)

비가 온다. 나는 이상하게 비만 오면 무언가를 끼적이고 싶다. (겨울에도 반팔을 입을 정도로 따뜻하고 화창했던 플로리다, 고양이들이 유유히 배회하던 헤밍웨이 집을 구경했을 때, 난 아마 이런 환경에서라면 아무것도 쓰기 싫었을 텐데 싶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기분 좋게 솔솔 부는 바람, 낮잠 자기 딱 좋은!)

 

비가 오면 옛 생각이 많이 난다. 대부분 그리움으로 장식된... 내가 좋아하는 풍경과 사람들, 음악이 등장하는 기억이다. 그리고 주로 비가 내리는 날의 추억이다. 오늘 비 오는 창 밖을 보며 떠올린 건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바라봤던 리스본 시내의 모습이다. 흐렸던 날씨,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우산을 샀고... 잿빛 하늘에 마냥 아쉬워 하다가- 점차 구름이 걷히면서 빛이 나고, 환하게 펼쳐졌던- 그 영화같았던 장면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리고 그 때 찍었던 사진 세팅 덕분인지, 연한 갈색으로 기억되는 제레니모 수도원. 아, 다시 가고싶다.

 

이런 기억들이 떠오르면, 난 그 속에 등장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진다. 함께 나눴던 시간을 같이 곱씹고 싶어서. 하지만 많은 이들이 거리상, 시차상으로 떨어져 있어서 내가 공유하고 싶은 지금 이 순간의 느낌, 비가 오는 지금의 내 기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지 못하는게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행여 전화를 한다고 한들, 그곳이 30도를 웃도는 더위의 쨍한 날씨라면, 아니면 업무나 학업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지금 비가 와서 감성에 폭 젖어 들뜬 내 목소리는 맞장구 치고 공감해주기 어려운, 그저 속편한 소리/사치일테다. 그래서 전화를 하지 않고, 편지지에 몇 자 담아보거나 혹은 그마저도 관둔다. 아쉬움은 여전하다. 언제라도 좋았던 시간을 공유한 소중한 사람들과 원하는 때 같이 과거를 곱씹고, 또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건 엄청난 행복이다. 

 

어쨌든 많은 것을 그리워 할 수 있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의 흐름에 곱게 미화되어버린 기억일지라도, 좋았던 부분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리워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곳에 온 지 이제 2주밖에 안 되었지만- 언젠가 이 곳을 떠났을 때, 많은 것이 그리워졌으면 좋겠다. 후에 그리워 할 수 있는 시간을 살자.  




덧글

  • 2013/07/07 21: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8 00: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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