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 Paul Auster.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내 선택을 변명할 생각은 없다. 실리적인 선택은 아니었지만, 사실 그것은 내가 실리적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세상에 나가서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되도록 많은 것을 탐색하고 싶었다. 항상 눈을 뜨고 있으면,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뭐든지 유익할 수 있고,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을 가르쳐 주리라고 생각했다. 이런 태도가 좀 고리타분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 세상이 얼마나 넓은가를 생각하면, 안전한 곳에 편안히 들어앉아 있을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 그 후 몇 년 동안은 잠들기 전에 눈을 감을 때마다 [더블린] 시내가 눈앞에 떠오르곤 했다. 졸음이 밀려와 의식이 반쯤 흐릿해질 때면 나는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 그 시내의 거리를 지나가곤 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거기서 뭔가 중요한 일이 나한테 일어났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아마 뭔가 굉장한 일, 내 깊은 내면과의 멋진 상봉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 고독한 시간 속에서 나는 어둠 속을 들여다보고, 난생 처음으로 나 자신을 본 것 같다.

 


.. 좋든 싫든, 나는 내 작은 카누에 남아서 계속 노를 젓고 있었다. 노를 젓는 몸짓은 전보다 필사적이었고,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잘 알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카누에서 내릴 마음은 나지 않았다. 나는 너무 완고하고 고집스러웠다. 어쨌든 카누에서 내릴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급류를 헤치고 나아가는 중이었다. 노를 붙잡고 있는 것만도 힘에 부칠 정도였다. 내가 잠시라도 주춤했다면 물에 빠져 죽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 다만 한숨 돌릴 여유, 내가 정말로 나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인간인지를 결정적으로 알아낼 기회를 갖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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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음악을 듣다 보면 가사가 마음에 알알이 사무쳐 꼭 내 얘기 같을 때가 가끔 있는데, 책도 꼭 그러하다. 내 마음을 변호해주는 듯한, 나보다도 내 마음을 더 이해하여 그것을 섬세하게 글로 가만가만 풀어낸 것 같은 책. 괜히 고맙고 반갑다. 위로받는 기분이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제목도 정말 정감있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생계를 위한 글쓰기인정, 멋진 표현이다!)



덧글

  • 2013/07/02 21: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03 06: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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