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cinema paradiso.


... 그렇지만 가능성이 제로만 아니라면, 거기에 모든것을 걸고 싶은것이 인간의 심리가 아닐까.

...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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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8 일기)

시험 공부를 하다 (언제나 그렇듯) 현실도피로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를 다시 봤다. 언제봐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멋진 이탈리아의 풍경과 쥰세이의 나지막하고 차분한 목소리도 참 좋았고, 또 과거를 재생하는 art conservator라는 직업이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나름 관련이 있어 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생각했던 영화 속 최고의 장면은 아무래도 쥰세이와 아오이가 옛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피렌체에서 재회하고 함께 (우연 아닌 우연으로) 소싯적 들었던 '그' 첼로 연주자의 연주를 다시 듣는 것과, 또 마지막 장면- 다시 떠난 아오이를 따라간 쥰세이가 플랫폼에서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역방향으로 선 채 그야말로 따뜻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물론 아직도 이 장면들은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이번에 보았을 때 특히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다시 재회한 쥰세이가 아오이에게 '차라리 만나지 않았던 편이 좋았어-'라고 했을 때, 아오이가 안타깝지만 그래도 씩씩함을 담아 '그래도 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라고 진심을 다해 대답하는 모습이었다.  

  

굳이 제목과 연결을 시켜 '냉정'과 '열정'을 구분했을 때, 늘 그렇게 떠나버린 아오이를 '냉정'으로 여겨왔었는데, 다시 보니 꼭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책 표지에선 아오이편이 빨간색-열정-으로 표현되었던 것 같다.) 또 사실 이렇게 구분할 필요없이 둘 다 나름의 냉정과 열정을 간직했겠지...

 

다음 번 다시 보았을 때 난 어떤 감정을 느끼고, 또 어떤 장면을 마음에 간직하게 될까...


덧글

  • 2013/06/27 16: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6/28 02: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joseph 2014/01/15 16:55 # 삭제 답글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
    우리들에게 일어난 기적은 단지 네가 혼자 기다려주었다는 거야.
    마지막까지 냉정했던 너에게 뭐라고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마음 속의 허전함을 잊을 수 있을까.
    난 과거를 뒤돌아볼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갈려고 해."

    흔히 말하듯이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말고 지금 이순간을 즐기라는 의미에서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말과 현재를 살아간다는 말은 참 다르다고 생각해요. 일본어 원문을 제대로 번역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저 표현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를 살아갈려고 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현재를 살아가는 것말고는 아무 것도 없으니까...
  • iris 2014/01/17 02:47 #

    음. 두 가지 표현은 정말 그 뉘앙스가 다르네요. 그토록 과거를 아끼는 쥰세이의 저 글은 애써 담담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어린 고백 같아요. 체념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지만 또 현재를 '살아가려는' 용기도 느껴져서- 뭐랄까요. 등을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글이에요. (정말 현재를 살아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정면으로 응시하고, 정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때.. 아마 또 한뼘의 성장을 하겠죠...)

    그래도 여전히 희망적인- 영화의 엔딩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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