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raine. 순간을 믿어요.

Summer, 2012.

Lviv, 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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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4 일기)

집(?)- 독일-을 떠난지 일주일 째다. 떠나는 전 날까지 기말고사와 페이퍼에 치여 3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 채 짐을 꾸렸다. 아침엔 비가 퍼부었는데 다행히 날씨가 차차 개었고, 한동안 못 본다며 친절한 친구가 기차역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에서 아주 멀진 않지만 의외로 편리한 교통수단이 없었다. 고민하던 차에 친절한 폴란드 친구가 중간 지점쯤 되는 자신의 도시에 초대해 주어, 우선 폴란드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수면 부족 상태로 폴란드 기차에 몸을 실었고, 어쩌다보니 자꾸 멀리 멀리 떠나게 되는 내 모습에 이 생각 저 생각이 들었다. 

도착 시간이 가까워질 때마다 행여나 내릴 곳을 놓칠까 (도착지를 알리는 기차 내 방송이 따로 없다.) 창문을 내다 보았다. 다행히 잘 도착하여 마중 나온 친구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그렇게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참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저녁이 되어 맥주를 마시러 간 곳에선 동양인인 내가 신기했던지,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친절한 인사를 건넸고, 내 테이블로 맥주를 주문해 주었다. (미안하게도 다 마시지 못했다.)  

새벽녘까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후 잠을 청했고, 아침이 되어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우크라이나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중간까지 왔건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장장 11시간의 버스행. (실질적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중간 중간 서는 곳이 많고, EU에 가입되지 않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데 거쳐야 하는 검문소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달라지는 창 밖 풍경을 보며, 또 동양인이라고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 환경 속에 잠시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나긴 버스 여행을 마친 후 무사히 도착한 Lviv. 아직 다 배우지 못한 키릴 문자와 유로2012의 흔적이 내가 우크라이나에 있음을 말해주었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알게 된 우크라이나 친구가 버스역으로 마중을 나와주었고, 버스에서 내린 후에야 독일과 시차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20분 정도 작은 마을버스를 탄 후 친구의 집에 도착했다.

도착한 집은 구소련시대에 지어진 아파트. 잿빛의 아파트는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1960-70년대 한국의 모습이 이랬을까-.. 친구의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준비한 우크라이나 전통 음식을 먹으며 밤 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 영어과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친구는 정치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스스로 orange revolution에 참여했다고 한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역사와 현 정치 상황을 배우면서, 많은 문화권이 충돌한 이 도시의 매력이 와 닿았다.



그렇게 시작된 우크라이나에서의 생활.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갔고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어제는 무려 우크라이나 공영 채널과 인터뷰를 하여 9시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하하하....) 


이렇게 저렇게 신기하게 흘러가는 인생. 그저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씩씩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은 시간들도 값지고 흥미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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