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외국어 -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말하자면 내게 필요했던 것은 자기라는 실체를 확립하기 위한 시간과 경험이었던 거야. 

그것은 뭐 특별하고 유별난 경험일 필요는 없어. 그저 아주 평범한 경험이어도 상관없지. 그 대신 자기 몸에 충분히 배어 드는 경험이어야만 해. ... 완전히 똑같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런 유의 일은 많든 적든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언젠가는 일어난다고 생각하네. 그런 여러가지 일들이 딱 들어맞아 결합하는 계시적인 순간이 언젠가는 온다고 보지. 적어도 그런 일이 꼭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편이 더 즐겁지 않을까?

 


.. 약간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외국에 오랫동안 나가 있는다는 건, 나 자신의 사회적 소멸을 미리 경험해 보는 의사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 나는 결코 마조히스트는 아니지만, 약자나 무능력한 사람이나 그런 식으로 허식이나 과장이 없는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혹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쳐 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소중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 적어도 내가 (모국)에 있을 때 항상 느꼈던 갖가지 종류의 복잡한 고민보다는, 이렇게 개인이라는 자격에 바짝바짝 다가오는 직접적인 '어려움' 쪽이 내게는 더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것들은 정말로 우리에게 있어 자명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모르게 슬퍼진다. .. 분명성에 의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자명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자명성이라는 것은 영구 불변의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 .. 어디에 있을지라도 우리는 모두 어떤 부분에서는 이방인이고, 우리가 언젠가 그 자명하지 못한 영역에서 무언의 자명성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버림을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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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지만 내가 찾고 싶었던, 막연히 있을 거라 기대했던 답은 구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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