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Train 2. - Patti Smith.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읽는 동안 무척 행복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현실에서 멀어져 잔잔한 행복으로 물드는 느낌.

It’s not so easy writing about nothing. 이라는 그녀는 참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녀가 추억하는 시간 속에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 사람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참으로 많이 등장한다. 까뮈의 사진이 걸려있었다는 그녀의 옛 부엌이나, 베를린/런던/탕헤르에서의 추억, 혹은 다자이 오사무나 하루키에 대한 생각, 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언쟁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케임브리지에 가서 비트겐슈타인 묘를 찾아간 얘기 등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며, 그녀가 살아온 궤적과 나의 것을 (감히) 대조해보고, 많은 교차점에 놀라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추억들을 재발견한다. 

읽는 내내, 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얘기하는 많은 것들은, 나 역시 얘기를 하고 싶은 것들인데, 사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얘기를 풀어놓을 기회는 많지 않다. 나는 가끔, 아니 자주, 그녀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만, 이러한 얘기 주제가 어울리는 타이밍은 거의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는 (타인의 기준으로)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주제들이 대개 대화를 장악한다. -아마 그래서, 그녀는 nothing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썼고, 나는 이렇게 혼자 블로그에 끼적이는 거겠지...)

그러다가 문득 그녀와 대화를 한다면 하고픈 말이 꽤 구체적으로 두어가지 떠올랐다. 하나는 Dan Stevens가 인터뷰에서, 파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로 몽파르나스 공동묘지를 꼽은 것을 보고, 그가 두 배로 좋아졌다는 것. (그녀도 묘지를 자주 찾아가는 걸 보니, 이러한 내 팬심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는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무역을 하던 랭보에 대한 이야기. (그녀는 커피에 대한 애정을 굉장히 많이 드러낸다.)

이러저러한 공상을 하면서 마저 읽고 있는데, 그런데- 책을 두어 장 남겨놓고- (역시 내가 좋아하는 헤세와 베케트를 지나-) 이 페이지를 접했다.


바로바로- 랭보의 커피 무역을 이야기하는 그녀. (순간 약간 소름이 돋았다.)

참 놀라운 경험이었고, (할 얘기가 하나 준 것은 조금 아쉽다.) 이것 역시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 이렇게 이야기를 남기기로 했다. 

역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건 그리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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